프리챌은 인터넷 업계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주요 부서의 팀원들이 자신과 같이 일을 할 후배들의 면접에 직접 참여한다.

면접 방식도 각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배너광고영업을 주로 담당하는 이비즈니스사업부는 '음주 면접'이라는 방법을 골랐다.

"영업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영업을 할 구직자를 뽑는데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제대로 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력서 들고 20~30분 면접 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본래의 모습을 파악하려면 무장해제된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술 면접'이 제격입니다."

2005년부터 음주 면접을 주도하고 있는 박지호 이비즈니스사업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음주 면접에 대해 "팀원들의 뇌리에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광고주들에게도 똑같이 먹히게 될 것"이라며 "음주 면접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친구들이 일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과 함께 음주 면접을 진행해온 정성훈 팀장은 "앞으로 하게 될 일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직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005년 음주 면접 1기로 프리챌에 입사한 정미선 대리는 음주 면접 후 2차로 간 노래방에서 점수를 땄다.

노래방 빈방이 없을 피크타임인 데도 불구하고 "회사 합격하면 단골이 되겠다"며 노래방 주인을 설득,'추가 서비스 30분'을 받아낸 것.정 팀장은 "정 대리가 돈을 냈으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주인 아주머니에게 뒷얘기를 듣고 플러스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이뤄진 채용을 통해 이비즈니스사업부에 합류한 이승민 대리는 술자리 면접에서 대학생 시절 무명화가의 그림을 판매했던 경험을 구성지게 풀어놓은 게 고득점 배경이 됐다.

선배들에게 '준비된 영업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이 대리는 "당시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이 다니는 문화센터를 공략했다"며 "닳고닳은 장사치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대학생이라는 점을 꼭 밝혔고 말도 약간 어리숙하게 했더니 의외로 좋은 결과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사한 이석원 주임은 음주 면접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케이스.박 본부장은 "이 주임은 기획서 작성 부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업을 시키기에는 '책상물림'이란 이미지가 있었다"며 "정말 샌님인지 보려고 500CC 맥주를 5초 만에 마셔봐라,팀원들을 웃겨봐라 등 다소 난감한 주문을 했는데 이를 능수능란하게 받아넘겨 채용을 확정지었다"고 말했다.

이비즈니스사업부 팀원들은 "매년 술자리 면접을 치르다 보면 구직자들이 몇 가지 오해를 한다"고 전했다.

첫번째가 술 실력.'음주 면접을 보는 기업은 주량이 많은 구직자를 원한다'고 착각해 무리해서 술잔을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정 팀장은 "실제 이비즈니스사업부 소속원 중 최고의 주량이 소주 2병에도 못 미친다"며 "꼭 술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기' 하나씩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큰 목소리로 '~했습니다'로 끝나는 군대식 말투를 쓰는 구직자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박 본부장은 "원래 목소리가 큰 친구들이 말에 논리가 없다"며 "조곤조곤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얘기를 하는 편이 훨씬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