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캥거루 복서'로 이름을 날린 김성은(金成殷)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이 9일 오후 11시6분께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64세.
김성은 복식연맹 회장은 2004년 위암수술 후 건강이 호전됐으나 최근 상태가 나빠져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제주도 서귀포 신효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961년 중문중학교 졸업 후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에 다니면서 복싱을 시작했다.

경희대 재학시절인 1965년 제2회대회부터 3회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페더급 1위를 고수해 이름을 날린 김 회장은 1965∼1973년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1970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 연속 금메달은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많이 뛰지 않으면서 상대 펀치를 매끄럽게 피하는 경기 스타일 때문에 '캥거루 복서'라는 별명이 붙었고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2년부터 아시아아마복싱연맹(FAAB) 심판위원과 대한아마복싱연맹 전무이사로 일하면서 경기단체 행정에 이바지한 그는 1983년 1월 국가대표 코치로 발탁되면서 지도자로서 제2의 복싱인생을 살았다.

같은 해 제3회 월드컵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처음으로 금메달 2개를 안겼고,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 은, 동 1개씩 메달 획득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전 체급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 2개 획득 등 1999년 12월까지 코치, 헤드코치, 총감독 등을 역임하며 아마복싱 전성기를 이끌었다.

1966년에는 선수로, 1986년에는 지도자로서 대한민국 체육상을 받았다.

이후 연맹 심판위원장, 전무이사, 상임 부회장을 거쳐 2001년 3월 김옥태 전 회장에 이어 제17대 아마복싱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노골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노메달에 그친 한국 복싱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3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 2개로 이끌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복싱중흥을 위해 헌신했다.

정재규 연맹 사무국장은 "선수와 지도자로 20여년간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한 것은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회고했고,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코치도 "우리가 훈련할 때 뒤에서 카랑카랑하게 꾸짖으시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고, 유족은 홍옥희 여사와 동원(33.현대자동차 대리)ㆍ재정(32.SK에너지 사원) 등 2남.
복싱계는 13일 오전 9시 아마복싱연맹장으로 김 회장의 장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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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