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막한 키,소신 있는 일처리로 별명이 '김폴레옹'(프랑스의 나폴레옹에 빗댄 것)인 김성호 법무 장관이 6일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작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장관직을 맡으면서 논란도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그의 사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다.

현 정부에는 '눈엣가시'였지만 재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복덩이'라는 농담이 떠돌 만큼 김 장관은 역대 어느 법무 장관보다 '기업사랑'이 유별났다.

재계의 한 인사는 "정부 관료와 기업이 그렇게 죽이 맞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김 장관은 재계가 조찬회 등에 초청하고 싶어하는 정부 관료 1순위였으며,김 장관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가능하면 참석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불참하는 경제단체의 신년 인사회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남발을 막고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에는 형사 처벌을 면제해주겠다"는 등 소신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의 강성 발언에 오히려 재계가 조마조마 했지만 그는 '어전회의(국무회의)' 석상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상응하는 불이익이 따르도록 해야 하며 법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불법 행위에 대해 관대해선 안 된다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을 정도다.

김 장관의 사퇴 소식에 기업들이 보여준 한결같은 아쉬움은 우리 기업과 재계가 그동안 얼마나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기업사랑을 보여주는 공직자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법무부 조직을 이끌 새 장관이 임명될 것이다.

후임 법무 장관이 누가 되든 역시 김 장관과 같은 길을 걸었으면 하는 게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입으로는 '경제가 국정 1순위'라고 얘기하는 많은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이 재계의 '김성호 사랑'에서 무엇을 느낄지도 궁금해진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