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대한전선 등 "몸집 키우고 신성장동력 기대" 잇단 M&A

무리한 베팅으로 빈껍데기 인수 가능성 … 되레 애물단지 될수도

'건설회사 없이는 대기업으로 클 수 없다(?)'

중견그룹들의 건설업체 인수가 재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웅진그룹에 이어 대한전선도 건설업체 인수에 나서는 등 '잘나가는' 중견그룹들이 앞다퉈 건설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동양 STX 이랜드 등 이미 건설회사를 보유한 그룹들도 건설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견그룹들이 건설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거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열 경쟁 탓에 인수가격이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점과 건설업 특성상 리스크가 큰 점 등을 들며 "자칫 애물단지를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줄잇는 건설업 진출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최근 영조주택의 3개 개발사업에 413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아예 중견 건설업체 인수를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골프장 호텔 등 레저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동건설을 손에 넣은 웅진그룹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거두기 위해 건설업에 진출했다.

부엌가구 정수기 비데 등을 극동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공급한다는 것.유진그룹이 대우건설 극동건설 등 건설업체 M&A(인수합병) 입찰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리는 것도 기존 레미콘 사업과의 시너지를 거두기 위한 것이다.

동양그룹 역시 레저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건설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과 LIG는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업을 강화하거나 건설업에 진출한 케이스다.

증권가에선 오리온이 최근 메가박스 지분 전량을 맥쿼리펀드에 매각한 자금 1456억원을 건설사업 확충에 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건영을 인수한 LIG 역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건설업을 택했다.

이랜드는 최근 '해가든'이란 브랜드를 내걸고 아파트 건설 사업에 진출했으며,STX도 주택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 진출 약인가,독인가

중견그룹들의 잇따른 건설업 진출에 대한 재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단 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자체 건설회사를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대형 공사를 4~5건만 따내도 매출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만큼 외형을 늘리는 데는 건설업 만한 게 없다"며 "특히 부동산을 많이 보유했거나 레저사업에 뛰어든 유진 대한전선 등은 건설회사에 대한 욕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동남아시아 등 해외 건설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점과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견그룹들의 건설업 진출을 부추긴 요소로 풀이된다.

그러나 섣부른 건설업 진출은 자칫 탄탄했던 그룹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업 가치에 비해 부풀려진 인수가격이 향후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극동건설의 경우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수가격이 당초 업계 예상(4000억원 안팎)보다 훨씬 높은 6600억원으로 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무리한 베팅을 하는 것도 인수가격에 거품이 끼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상태였던 탓에 주요 자산을 매각했거나 핵심 기술인력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란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더욱이 이들의 빈 자리는 외환위기 이후 급부상한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신흥 업체들이 꿰찬 상태여서 "브랜드 파워와 시공 능력을 사기 위한 M&A였다면 예상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 동부건설 부사장은 "건설업은 사업환경이 제조업과는 판이한 데다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어선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특히 건설회사가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프로젝트가 늘면서 과거 단순 시공에 주력했던 때보다 떠안아야 할 리스크는 더욱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