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외화자금 대출의 용도를 제한키로 한 것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싼 금리의 외화자금을 빌려 부동산 및 주식에 투자하는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도 깔려 있다.

외화자금을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 실수요용으로 한정하면 외화 유입이 줄어 추가 환율하락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외화대출 감소효과가 연간 50억~60억달러에 불과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환율안정+유동성 축소

한은은 환율 안정과 시중 과잉 유동성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화자금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은행의 외화대출은 지난해 163억달러가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21억달러가 늘어 6월 말 현재 잔액은 441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247억달러로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한은은 운전자금 용도의 외화대출은 사실상 원화로 대출해야 할 것을 외화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이 중 상당수가 부동산 혹은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져 수출기업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고 과잉유동성으로 외화대출 중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된 자금이 꽤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기존 외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상당 규모는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동성이 줄고 환율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효과 있을까

한은은 외화대출 잔액 441억달러 중 운전자금 대출은 247억달러라고 밝혔다.

이 자금의 만기가 앞으로 4∼5년 새 돌아오는 만큼 이를 상환하기 위해선 연간 50억~60억달러의 외화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외화 수요가 늘면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연간 50억~60억달러 정도의 외화 수요로 환율 안정을 기대하긴 무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루 거래량이 100억달러를 넘은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은이 실제 시설자금 대출인지 현물을 확인하도록 했지만 은행 인력여건상 모든 대출에 대해 시설 확인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유동성 조이기 계속될 듯

정부는 최근 유동성 축소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외은지점들이 해외 본점에서 들여오는 차입금에 대해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6배에서 내년 1월 이후 3배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13일부터 7월12일까지 중소기업 대출이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등 사업목적 외로 유용된 실태를 점검했다.

금감원은 대출금 용도를 사후 점검해야 하는 의무대상을 건당 5억원에서 2억원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앞으로도 대출금 용도 외 유용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한은이 지난달 말 목표금리를 콜금리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금리로 바꾼 것도 금리 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이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과잉유동성 현상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통화당국은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