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문을 연다.

2013년께는 사법시험이 폐지돼 로스쿨을 통해서만 법조인이 배출된다.

로스쿨 숫자나 학생 정원 등 세부사항은 오는 9월 말 결정된다.

현재 40여개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로스쿨 유치 여부에 사활을 건 양상이다.

'로스쿨 유치전'에 뛰어든 주요 법과대학 학장들을 만나 로스쿨을 도입하려는 이유와 현재 준비 상황 등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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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법대’는 1946년 설립 이후 ‘국내 최고’란 타이틀을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다.

하지만 서울대가 로스쿨을 유치하면 법학과가 없어진다.

동시에 신설되는 다른 로스쿨들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게 된다.

호문혁 서울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이 도입되면 그동안의 서울대 메리트는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라며 “다른 대학들과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호 학장은 “국내뿐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하는 국제적인 변호사를 양성하는 로스쿨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아시아 개도국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한국법’의 세계화에도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육동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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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법과대학과 앞으로 생길 로스쿨은 근본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나요.

"이제까지의 법학 교육은 판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학부나 사법연수원에서 내는 시험문제도 특정 케이스를 제시하고 '법원은 어떻게 판결낼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판사보다 변호사가 더 많은 데도 교육은 '판사가 되는 방법' 위주였지요.

하지만 로스쿨에선 변호사 양성에 중심을 두게 됩니다.

단순히 어떤 것이 옳은 것이냐를 판단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주장과 논리를 펴야 하나' '어떤 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나' 등을 배우게 됩니다.

로스쿨 졸업자는 실무적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더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익히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로스쿨을 나오면 어떤 변호사가 되는지요.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법률가를 만들려고 합니다.

지금의 사법시험제도로는 국제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졸업생들이 국제기구나 해외로 많이 진출해 외국 변호사들과 실력으로 맞서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학 실력도 출중하면서 그들과 싸울 준비가 된 사람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학부에서의 전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전공을 지닌 사람들이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내에서 국제적으로 통하는 변호사를 키우는 로스쿨을 만드는 게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 대학 교수진은 현재 미국 유럽 한국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3분의 1씩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주 이상적인 조합인 만큼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안에서의 국제화' 못지않게 '밖으로부터의 국제화'도 중요합니다.

최근 몽골,베트남 등 아시아의 개도국이나 체제변환국에서 한국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의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국내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게 가능합니까.

"현실적으로는 힘들지만 앞으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법조계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자국 내 변호사 자격증에 대한 문호를 외국인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세계 방방곡곡에 미국법 전문가들이 있는 셈입니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배워 외국인들이 국내 로스쿨을 졸업하면 한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줘야 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지요."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어떤 식의 교육이 이뤄지게 됩니까.

"이제까지는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었지요.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되면 '리걸마인드(법률적 사고방식)'를 갖게 하는 훈련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일 것입니다.

영미식으로 토론식 강의나 세미나에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

물론 우리 법률체계가 불문·판례법 위주인 영미법 체계와는 다르기 때문에 강의식 교육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한 해에 배출되는 법조인 수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또한 서울대 로스쿨 정원은 어느 정도로 희망하시는지요.

"매년 3000명 정도의 법조인은 배출돼야 합니다.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짜려면 서울대 정원도 300명은 돼야 합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은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 설치 대학 수와 정원을 정부가 미리 못 박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정부가 로스쿨 인가 기준을 설정했으면 요건을 충족시킨 학교는 제한 없이 허가해 줘야 합니다.

입학생 수 역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지요."

-서울대 로스쿨이 '서울 법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장담할수 없습니다.

서울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예산이라든지 교수 확충 등에서 제약이 많습니다.

사립대들이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지요.

과거 방식으로는 결코 '일등'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수진이 상당한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조인 숫자가 많아지면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매년 1000명 나오던 변호사가 2000~3000명 나온다고 질이 떨어질 정도로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층은 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한테 충분한 교육을 시킬 수 있느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쿨 졸업생의 70~80%는 반드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끔 보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학교 커리큘럼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48% 정도만 합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진도보다는 시험 공부에만 신경을 쓰는 폐단이 나타나 벌써부터 로스쿨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이 어느 분야로 진출하기 원하십니까.

"법적 지식이 필요하나 아직까지 법조인들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분야로 많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행정부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을 들 수 있습니다.

법조계뿐 아니라 이런 곳에 법률 전문가들이 진출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집니다.

특히 행정부 쪽으로 많이 진출했으면 합니다.

법률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곳인데도 이제까지는 변호사들의 진출이 더뎠는데 앞으로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 행정행위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