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8학년도부터 GMAT 성적을 입학전형에 반영할 것을 경영전문대학원(MBA)이 개설돼 있는 주요 대학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영전문대학원의 입학전형 방식이 GMAT 성적 중심으로 점차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8일 "영어능력과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인 GMAT를 MBA 과정 입학전형에 반영해 줄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최근 주요 대학에 발송했다"며 "MBA 학위 소지자들이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면 주간반 MBA 과정 정도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GMAT 반영 권고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GMAT를 도입하면 적정 수준의 시험 성적을 취득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지원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 대학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재규 카이스트 전 경영대학장은 "입학전형에 GMAT를 반영하면 우수한 학교이고,반영하지 않으면 우수하지 않은 학교라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스럽다"며 "교육부가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 참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원석 성균관대 경영대학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MBA 학교들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난 후에 GMAT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에서 직원들을 학생으로 보내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들에게 GMAT 성적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헌영 이화여대 경영대학장도 "지금도 입학 정원 채우는 것을 버거워 하는 경영전문대학원들이 적지 않다"며 "지원자 수를 감소시킬 게 분명한 GMAT를 자신 있게 도입할 수 있는 경영전문대학원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영전문대학원은 전체 합격자의 20%(듀크대 MBA 복수학위 취득 희망자) 정도를 GMAT 성적 소지자로 선발하고 있는 서울대 정도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GMAT로 지능을 측정하고,경력증명서로 경험을,토플로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GMAT 성적을 제출하는 입학 희망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실질적으로 GMAT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

[ 용어풀이 ]

◆GMAT=미국의 시험 출제 기관인 ETS 산하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가 주관하는 시험 중 하나로 '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의 약어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대학이 개설한 MBA 과정의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로 응시한다.

MBA 과정 이수를 위해 필요한 사고력과 영어 구사능력을 동시에 측정한다.

난이도가 높아 한국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최소 4~5개월에서 1년가량 소요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 매년 7000명 안팎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