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인체 3중 보호막 뚫는 '탄수화물' 전달체 개발

포스텍연구진이 세포막.뇌세포막.미토콘드리아막 등 인체 내 3중 보호막을 뚫고 뇌신경세포의 심장부까지 약물을 직접 보내는 '약물 전달로켓'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그동안 약물 전달을 할 수 없어 치료가 어려웠던 뇌신경질환인 헌팅턴병(퇴행성 신경근육질환)이나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성기 포스텍 화학과 교수팀은 8일 탄수화물의 하나인 '소르비톨'을 원료로 사용해 세포 내의 핵심 조직인 미토콘드리아(사립체)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의 권위지인 독일의 '안게반테 케미' 인터넷판 3일자에 게재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소' 기능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이 조직이 손상되면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포가 늙거나 망가진다.

특히 뇌신경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신경이 급속하게 붕괴되면서 헌팅턴병.루게릭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고,장기적으로는 치매 발병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투입된 약물 등이 이 미토콘드리아 중심에까지 다가가려면 제1(세포막),제2(뇌세포막),제3(미토콘드리아 멤브레인) 보호막을 뚫어야 가능하다. 현재 이러한 3중막을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추진엔진을 가진 약물전달체가 나와 있지 않아 약물 실험을 수행할 길이 없다.

따라서 사실상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이러한 약물전달체의 원료로는 단백질이 주로 사용돼 왔다.

정 교수팀은 사과에 함유된 소르비톨이라는 탄수화물이 단백질보다는 인체 내 투과성(엔진추진력)이 훨씬 높다는 점에 착안,이를 기반으로 아미노기와 염기 등을 섞어 새로운 약물전달체 화합물 구조를 설계해 냈다. 특히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침투하는 과정을 모델로 삼았다.

정 교수는 이 화합물 전달체를 완성한 뒤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전달체가 신경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목표 지점까지 정확히 침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화학적 코드와 적정의 분자량,전하,수용성과 지용성의 균형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들을 골고루 갖췄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한 화합물이 단백질을 원료로 하는 전달체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치료와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 등의 실제 응용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