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가 직접 재개발사업의 시행을 맡는 공영재개발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면서 민간업체의 재개발을 원하는 해당 주민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주공은 민영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하려는 주민 대표들과 주민동의서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이미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역에서조차 공영재개발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꼬드기고 있어 재개발사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영이냐 민영이냐,마찰 심화

대표적인 사례가 안양시 비산동 임곡3지구다.

4일 안양시와 주공에 따르면 임곡3지구 재개발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민간업체에 의한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주민 50.7%의 동의를 얻어 안양시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았지만,주공 측은 주민들의 복수 동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여전히 자신이 주관하는 공영재개발을 위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앞으로 예정된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사업시행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재개발사업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장인성 추진위원장은 "주공은 공영재개발을 위한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인 67% 이상의 주민동의율을 채우기 위해 주민 회유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지난 1년6개월여에 걸쳐 주공과 경쟁을 벌여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가 설립돼 재개발사업의 대표성을 확보한 만큼 주공은 손을 떼고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공이 공익 우선이라는 공기업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시행사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여 되레 재개발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공은 2005년 12월 임곡3지구 재개발 기본계획 수립 공람 절차부터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통한 방법으로 공영재개발 사업 절차에 뛰어들어 그동안 민영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 대표들과 주민동의서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주공 주도의 공영재개발 추진은 임곡3지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울 노량진6구역과 성남시 단대동,금강동,수진1구역 등에서도 주공이 공영재개발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영재개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이에 대해 주공은 "공영재개발과 민영재개발 어느 쪽이든 반대하는 주민은 있을 수밖에 없고,공영재개발을 원하는 지자체나 주민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엔 당연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주공은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안양 임곡3지구 역시 공영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도 많아 사업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절차에서 추진위원회는 주민대표단체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서 "조합설립 전까지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만 얻으면 임곡3지구도 공영재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간 건설시장의 위축을 감안해서라도 주공이 주관하는 공영재개발은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없거나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 민영재개발이 힘든 지역은 주공 등 공공이 재개발을 주도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민간재개발을 원하는 지역에서 주공이 무리하게 주민들과 경쟁까지 벌이며 재개발사업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