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시장이 오는 7일로 개장 10돌을 맞는다.

1997년 7월7일 처음 도입된 코스피200 옵션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단숨에 거래량 세계 1위 시장으로 발돋움하며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파생상품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세계 파생상품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거래량 정체 상태를 보이며 급격한 팽창 이후 '조로(早老)' 현상을 맞고 있는 게 아닌 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10돌을 맞은 옵션시장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 전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의 20% 차지 = 1일 증권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200 옵션의 97년 도입 당시 일평균 거래량은 3만1천890계약, 미결제약정은 10만4천304계약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거래량 1천148만8천765계약, 미결제약정 403만3천979계약으로 늘었다.

불과 6년 만에 거래량이 360배 이상 급증한 것.
도입 직후 외환위기를 맞아 증시도 위기 국면을 맞으면서 지수옵션이 증시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부각된 점이 옵션시장의 빠른 정착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도 높아져 1999년부터 줄곧 세계 지수옵션 중 거래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코스피200옵션의 전체 거래량은 24억1천440만계약으로 전세계 지수옵션 거래량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선물과 옵션을 합친 전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나 된다.

지수옵션의 압도적인 거래량에 힘입어 증권선물거래소는 2001년 이후 전세계 거래소 가운데 파생상품 거래량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별로는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증권 문주현 애널리스트는 "세계 여러 거래소들이 국내 옵션시장을 벤치마킹하는 등 국내 옵션시장은 양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최상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스피200 옵션 투자자별 거래비중을 살펴보면 초기 개인 위주에서 차츰 기관 위주로 전환돼 가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시장 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다.

1997년 당시 개인이 60.1%, 기관이 39.3%를 차지했고 특히 기관 가운데에도 증권사가 36.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의 비중은 0.6%로 극히 미미했다.

이후 70%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개인 비중은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1.4분기 현재 37.8%까지 낮아진 반면 기관은 20%대까지 낮아졌다가 현재는 45.8%로 다시 높아졌다.

외국인들은 꾸준히 늘어 현재는 16.4%까지 비중을 높인 상태다.

◇ 2003년 이후 뒷걸음질 = 초기에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하던 옵션시장은 2003년을 정점으로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200옵션의 일평균 거래량은 최고치인 2003년 1천149만계약에서 2004년 1천13만계약, 2005년 997만계약, 2006년 977계약으로 줄곧 뒷걸음질쳤다.

올해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1.4분기 1천98만계약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2003년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총거래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전세계 파생상품시장이 전년 대비 18.9% 늘어나고 지수옵션시장만도 2.7% 성장한 데 반해 코스피200옵션만 4.8% 감소한 것.
국내 옵션시장 투자자들의 일평균 활동계좌수도 2002년 1만5천여개에서 2006년 1만1천여개로 줄었다.

이처럼 옵션시장의 양적인 팽창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주로 차익.헤지거래 수요자인 기관투자자들의 비중이 늘어난 반면 투기거래 위주의 개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3년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변동성이 작아져 투기거래 용도로서 옵션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문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은 콜옵션보다는 하락장에서 풋옵션으로 대박을 거두려는 수요가 강한 데 2003년 이후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에 접어들면서 현물시장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데다 풋옵션 대박을 노리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전균 애널리스트도 "옵션시장의 양적인 팽창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주식시장의 강세로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며 거래량 정체의 요인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다소 높아져 올해 옵션 거래량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일 수는 있겠으나 향후에도 변동성 급등을 통한 옵션시장의 급격한 추가 팽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계상품 도입 등을 통한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전 애널리스트는 "10주년을 맞는 코스피200옵션 시장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유력 경쟁자 출현과 자체 성장 동력 소진 가능성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옵션매수전용계좌 도입과 행사가격수의 증가라는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졌지만 질적 성숙 단계로 진입해야하는 코스피200옵션시장은 2007년 현재 중요한 분기점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 유명무실한 주식옵션 활성화도 관건 = 지수옵션과 달리 유명무실한 개별주식옵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파생상품 강국으로서 해결해야할 과제다.

1997년 코스피200옵션이 처음 도입된 이후 1999년 미국달러옵션, 2002년에 주식옵션과 3년국채옵션이 차례로 상장되며 현재 국내 옵션시장에는 4개의 상품이 상장돼 있다.

그러나 지수옵션 외의 다른 상품은 거래량이 극히 미미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등 개별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옵션은 기초자산수를 7개에서 30개로 늘리고 현금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활성화 방안에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입 첫해인 2002년에 일평균 256계약으로 그나마 활발하게 거래되던 주식옵션은 2004년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활성화 방안 이후에도 하루 거래량이 2005년 15계약, 2006년 5계약, 2007년 1.4분기 2계약 등으로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한 상태다.

반면 지난해 전세계 주식옵션 시장은 전년 대비 17.2%, 2003년 대비 72.6%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국내 시장에서는 주식옵션과 유사한 구조의 ELW가 상대적인 강점을 바탕으로 2005년 12월 도입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없으면 반대매매가 불가능해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건전한 시장 성장을 위해 거래 활성화가 필수"라며 "현재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정밀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 이를 통해 유동성이 보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전 애널리스트는 "주식옵션시장은 현시점에서 ELW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낮아 회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복수유동성 공급자의 지정과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일정기간 손실 보상 ▲거래단위 축소 적용 ▲협의대량매매 도입 ▲거래비용 절감 제도 마련 등을 활성화 대책으로 꼽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이봉석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