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영정 들어서자 한때 `실신'…서로 감싸안고 위로

"얘야 말 좀 해봐…이러면 어떡하라고…"

캄보디아로 휴가를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 13명이 싸늘한 주검이 돼 고국으로 돌아왔다.

30일 오전 대한항공 KE690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은 차가운 알루미늄관 속에서 아무 말이 없었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캄보디아로 떠났던 유족들은 슬픔과 절망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사랑했던 가족의 영정만을 든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공항 입국장에서 항공편이 도착하길 기다리던 유족 20여명은 입국장 문이 열린 뒤 희생자 모습이 담긴 영정들이 나타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두가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고 윤현숙 씨 어머니는 영정 속에 담긴 딸의 사진을 보자 고통섞인 울음소리로 눈물을 쏟아냈다.

"말 좀 해봐, 현숙아" 윤씨 어머니는 딸과 함께 사위, 외손자 두명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슬픔을 이기지 못한 듯 한동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함께 있던 다른 유족들은 "이래서 될 일이 아니다"며 윤씨 어머니를 부축해 희생자 유해가 도착한 화물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씨 아버지는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어찌나 날벼락이던지…"라며 울먹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참은 채 출국장을 겨우 나섰다.

사돈인 고 조종옥 씨 아버지는 침통한 표정 속에 피로감이 역력한 모습으로 아들의 영정을 꼭 쥐고서 유족 일행의 뒤를 따랐다.

두 대의 버스에 나눠탄 유족들은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뒤 가족 대표를 구성해 시신인도 절차를 밟았다.

유족 대표 13명은 서로에게 의지하듯 줄을 맞춰 화물터미널 출입구인 G6로 들어갔으며 나머지 유족 40여명은 버스와 주차장에 남아 먼 발치에서 30여분간 진행된 확인 절차를 지켜봤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못한 한 유족은 주차장 땅바닥에 앉아 울음을 토했으며 몇몇 유족은 사고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감싸안고 고통을 달랬다.

주차장에 있던 다섯살 남짓한 두 어린아이는 눈앞의 슬픔을 알지 못한 듯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주변 사람들의 맘을 더욱 아프게 했다.

시신 확인절차를 끝낸 희생자 유해는 앰뷸런스 13대에 나눠 실렸으며 일렬로 줄을 맞춘 앰뷸런스들은 출입구를 빠져나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앰뷸런스 행렬을 지켜보던 유족들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버스 2대에 나눠 몸을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화물터미널에는 사고 희생자들의 여행 일정을 담당했던 하나투어 관계자 20여명이 흰색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나와 시신 인도 절차를 지켜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