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결산한 일본 주요 기업들의 최근 주주총회에서 외자계 펀드들이 내건 배당 증액과 이사 선임 등의 요구가 대부분 부결됐다.

일본의 소액 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을 압박하는 외자계 펀드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액 주주들이 장기적 안목의 '일본식 경영'을 선택한 것이란 평가와 외국 자본에 대해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란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주목됐던 것 중 하나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스틸파트너스가 주식 보유 기업에 요구한 배당 확대 요구가 의결될지 여부였다.

스틸파트너스는 브라더공업 가와사키그리코 후쿠다전자 TTK 이나바덴코 등 주식 보유 기업 대부분의 주총에서 배당액을 올려 줄 것을 제안했다.

결과는 전패(全敗).지난 28일 가와사키그리코 주총에선 스틸파트너스의 배당 증액 제안에 반대표가 80%에 달했다.

후쿠다전자와 TTK에서도 80~90%의 압도적 반대로 스틸파트너스의 제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24일 열린 식료품 회사 불도그소스의 주총에선 스틸파트너스의 기업 공개매수(TOB)를 막기 위한 경영진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방어책 도입안이 88%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스틸파트너스의 보유 지분이 10.52%였던 점을 감안하면 스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주가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경영진이 제시한 방어책은 스틸을 뺀 나머지 모든 주주들에게 신주 인수권을 부여해 스틸의 지분을 2%대로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스틸 측은 즉각 '특정 주주를 차별하는 행위'라며 방어책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도쿄 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28일 '주총 결정은 정당하다'며 스틸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금까지 스틸파트너스의 경영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주총에서 적대적 M&A 방어책을 마련한 사례는 모두 9건에 달한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는 '일본식 경영'을 소액 주주들이 선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가들은 일본 기업이나 소액 주주들의 '외자 알레르기'가 표출된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또 "대부분의 소액 주주들이 외자계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는 일단 환영하지만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금은 회사의 기반을 탄탄히 다질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현 경영진을 무조건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