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동의 없이 상향액부터도 산출

기존 고객들에 대한 카드사들의 한도상향 마케팅이 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직장인 A씨(36)는 1장의 신용카드를 보유중인 현대카드의 텔레마케터로부터 최근 한도를 상향조정하라는 권유 전화를 받았다.

A씨에 따르면 텔레마케터는 본인의 신분을 말한 뒤 바로 "할부한도가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현금서비스 한도가 3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며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요구했다.

A씨는 "한도 상향조정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누구 마음대로 한도를 산출해 이런 전화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A씨는 특히 본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바로 자신의 한도를 산출한 후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등 절차를 밟는 것이 문제일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불러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보안상의 큰 문제라고 느꼈다.

A씨는 신용카드를 분실했을 때 부정사용 발생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지 않도록 보유중인 신용카드의 통합한도를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

A씨의 항의에 대해 텔레마케터는 "신용상태가 좋아서 한도 상향 제의를 한 것"이라며 "권유기간이 지나면 한도를 올리는 것이 복잡하다"고 답변했다.

권유과정에서 왜 본인의 의사를 묻지 않느냐는 질문에 텔레마케터는 같은 응답을 반복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소비자에게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신분확인 등 절차에 돌입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의지가 아니라 카드사의 권유에 의해 조정된 한도는 장기적으로 카드사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도를 상향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분명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현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은 신용카드 이용한도 상향은 고객이 요청하거나 사전동의를 받은 범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황 파악 후 사실로 드러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