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반대 여론 지도부 압박 부분파업 철회로
'아닌 것은 아니다'는 목소리 계속 나올지 주목

이번 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상욱)가 25-27일 예정된 사흘간의 부분파업을 '전격 철회'키로 한데는 정치파업을 원치 않았던 조합원의 '강한 요구'가 큰 작용을 했다.

노조 내부에서 '아래로부터의', 즉 조합원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된 중요한 '신호탄'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금속노조가 파업 방침을 밝힌 이후부터 노조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전례 없이 조합원 사이에서 번진 파업반대 여론이 이번 파업 철회를 이끄는데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199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 파업이든, 정치파업이든 한해도 빼놓지 않고 20년간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지부가 이처럼 조합원의 파업반대 여론 때문에 계획된 파업을 철회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조합원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노조 내부의 문제에서 그 단초가 제공됐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조가 이번 한미 FTA 반대파업을 앞두고 조합원 동의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난 8일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현대차지부 자유게시판에서 조합원 투표없이 정치파업을 하겠다는 금속노조의 결정이 알려지자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파업반대 여론이 불 붙기 시작한 것.
예전 같으면 파업에 반대하는 글이 자유게시판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던 것이다.

결국 지난 24일 부분파업 일부 철회결정까지의 2주일 사이 자유게시판에는 '조합원 동의없는 파업반대', '명분없는 정치파업 반대' 요지의 글이 매일 수십여건씩 쏟아졌다.

이런 온라인의 파업 반대 분위기는 오프라인에서도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전 노조간부와 일반 조합원, 현장노동조직, 동호회, 기성회 등에서 잇따라 대자보와 유인물을 내면서 정치파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집행부나 강성 현장노동조직도 종전과 달리 이에 대한 비난 유인물을 쉽게 내지 못했고, 7개에 이르는 현장노동조직만 '한미 FTA 파업에 나서야한다'는 내용의 공동유인물만 한차례 냈을 뿐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모두 조합원의 파업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것이었다.

또 파업 동력을 조직화하기 위해 현대차를 방문한 금속노조의 고위간부에게도 현장의 조합원들은 불법 정치파업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내기까지 했다.

이렇게 전례없이 펼쳐진 노조 내부의 파업반대 움직임은 지난해 12차례나 벌인 지루한 정치파업에 대해 조합원 스스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을 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를 받지못한 부정적 여론 등에 지쳐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여기에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단위인 조합원 동의절차인 찬반투표(총회)도 없이 손쉽게 불법파업을 결정, 강행해가려는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 현대차가 또다시 노동계 정치파업의 주력부대로 나서는데 대한 반발감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조합원들도 이번 정치파업을 계기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노조의 잘못된 방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등 '용감한 변신'을 시도했던 만큼, 언제 전개될 모를 또 다른 불법 정치파업에서도 조합원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