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교간 학력격차 조사ㆍ연구 금지

2008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 기싸움이 첨예해 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가 내신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고교 간 학력 차이에 대한 연구를 막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대학들은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대학 차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공개해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내신 상위권 학생에게 모두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던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19일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고교별 성적 차이를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정부 방침대로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을 높일 경우 2007학년도 신입생의 절반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고교 간 학력 차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체적으로 학력 차이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한때 검토했다"며 "내신 하나만으로 '톱 클래스' 대학을 갈 수 있다고 믿어왔던 학생들의 상실감은 크겠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의 입학처장도 "자체적으로 조사한 고교 간 학력 차이를 보고 고민하고 있다"며 "일부 대학이 이 자료를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교육위원회)은 고교별 학력 차이와 관련된 논쟁에 대해 "정부가 정치논리가 아닌 객관적인 타당성을 중심으로 대학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학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고 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하는 게 대학을 압박하는 것보다 우선시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내신 1·2등급 학생에게 만점을 주는 기존 방안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숙명여대도 교육부의 방침에 반하는 입시안을 강행키로 결정했다.

숙명여대는 2008학년도 정시에서 내신 1·2등급의 점수 차는 2점,2·3등급은 1.5점,3·4등급은 3점으로 할 방침이다.

4~9등급의 경우 이보다 큰 4~5점의 차이를 둘 계획이다.

숙명여대가 이 계획을 확정할 경우 이 학교에 지원하는 3등급 이내 수험생은 내신상의 불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치는 등급 간 편차를 균일하게 하라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대학들도 내신 실질 반영 비율 50%는 안 된다는 엇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1~4등급 만점 처리를 주장했던 입학 처장들이 완전히 계획을 포기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학 지원 예산을 분배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 이어 대학의 교수 정원을 동결할 수 있다는 압박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8학년도 대입 전형 관련 대학 동향 및 정부 대책' 보고서는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40~50%까지 높이지 않는 국립대가 교수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명범 교육부 기획홍보관리관은 "내신과 관련된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기존의 교수 정원을 삭감할 수는 없다"며 "이 방안은 재정적 불이익 외에 행정적인 불이익도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