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연희 의원(62ㆍ무소속)이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여성계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개 여성단체는 14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1심 판결과 비교했을 때 무죄 선고나 다름 없다"면서 "사법부가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과를 받아들여 처벌 조건이 현격히 약화됐다고 말했지만 피해자의 용서가 국가의 형벌권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는 피해자 의사를 핑계로 사법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건이 명백한 성추행이었음에도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은 성추행 여부가 실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하는 대다수 성추행 사건들에 있어서 매우 절망적"이라면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 및 잘못된 성문화에 대항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초등학교 교감이 여교사들에게, 교장한테 받은 술을 답례로 따라주라고 한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며 18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두 판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재판부가 내린 선고유예는 성범죄 문제에 대한 대처에 진일보했던 우리 사회의 합의를 되돌리는 횡포에 가깝다"이라며 최 의원에 대한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자협회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 준다"라면서 "사법부는 이번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