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은행 직원들 만나는 게 겁나요.

주택건설업체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져 버렸어요."

중견 건설업체인 A사의 자금담당 이사 B씨는 14일 "주택건설업계는 지금 '돈가뭄'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한탄했다.

B이사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사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지방 분양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은행 직원을 만나 지방사업 이야기를 꺼내면 '미래의 연체자'를 바라보 듯 한다는 설명이다.

또 PF를 받는다고 해도 은행 측이 고금리를 제시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CD금리가 1%포인트 늘어났는데 이게 다 고스란히 PF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어요.

요즘 불경기라고 해서 낮춰달라고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말은 안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싫으면 돈 빌리지 말라'는 식이에요"라고 하소연했다.

지방 아파트 사업물량이 많은 C사의 자금부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 대구 같은 지역에서는 요즘 분양률이 10%도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광주 역시 대구와 유사한 상황이어서 우리 회사처럼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좋고 부채비율이 적은 곳도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주택건설업체들에 대해 '흉흉한' 얘기들이 나도는 형편이다.

또다른 중견 주택업체인 D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은행 직원을 만나면 중견 업체들 상황이 많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들어요.

3~4개 업체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어서 대출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우리 회사도 은행 직원들 입담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전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주택전문업체들의 경우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 올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사정이 더 안좋아질 것이라는 점"이라며 "한마디로 국내시장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업계에서는 주택 분양시장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어지간한 우량 중견업체들도 도급업체에 현금은커녕 길게는 5~6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중견·중소 주택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추진 중인 해외사업의 리스크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국내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모두들 해외사업에 나서는 것이지만,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해외사업 괜히 잘못됐다가는 흑자도산 당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