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주식인수업무 선진화 방안'이 이달 하순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공모주에 대한 시장조성제도가 없어지고 청약증거금 대출제도가 폐지되는 등 기업공개(IPO) 제도가 확 바뀐다.

새 IPO제도의 핵심은 투자자나 공개 주관증권사의 자율성을 한층 확대한 데 있다.

이는 투자 성적에 대한 투자자의 책임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로 공개하려는 업체나 주관증권사 모두에 예전보다 더 심한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달라진 제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경우 자칫 안전하다고 생각한 공모주 투자에서 의외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당장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삼성카드가 새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코스닥 상장 일정이 확정된 컴투스 엔텔스 넥스트칩 메모리앤테스팅 디지텍시스템스 등 5개사 중 컴투스도 새 방식으로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는 책임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예전엔 공모주식의 가격이 하락해도 한 달 이내에 공모가의 90% 이상 가격에 팔 수 있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진다.

주가 하락 시 개인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 이상으로 주관증권사에 공모주를 매도할 수 있는 시장조성제도인 '풋백옵션'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이달 내 폐지 예정인 풋백옵션은 관련 규정 손질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삼성카드나 컴투스 공모 시에는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신용도에 따라 공모주 배정물량도 달라지게 된다.

예전처럼 총 공모물량 중 20%가 개인에게 배정되지만 5% 범위 내에서 인수증권사가 장기 거래한 우량고객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주로 이용하는 은행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증권도 한 증권사와 지속적으로 거래하며 신뢰를 쌓아야 공모주 청약 시 유리해지게 된 것이다.

또 개인 청약자들이 주관사로부터 받던 청약대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보통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때 청약대금의 50%를 증거금으로 내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았다.

결과적으로 청약대금의 25%만 있으면 청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청약금 대출이 없어져 청약증거금 부담이 커졌다.

자금부담이 덜한 점을 이용해 대량 청약하던 예전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 개인에 대한 청약증거금률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기관에 대한 물량배정도 기존의 안분배분 방식을 탈피해 주관사가 청약기관의 과거 실적이나 자질을 감안해 차등 배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해외 투자자에게도 수요예측 참여를 허용,공모주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관행상 해외기관이 배제됨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국내 3~4개 메이저 운용사들이 공모가를 낮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개선안에서는 기관당 10만주 한도를 폐지하는 대신 뮤추얼펀드를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한 운용사를 하나의 기관으로 간주토록 했다.

따라서 대량 허수주문을 활용한 가격조작이 불가능해졌다.

선진 외국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함에 따라 공모가 산정 등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카드나 컴투스의 경우 최대 10만주로 정해진 기관 청약한도가 없어 주관사가 공모주 물량을 재량껏 배정할 수 있다.

공모가격도 감독당국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돼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을 수 있게 됐다.

대신 기관 청약자로부터 징수하던 청약증거금을 받지 않아 주관사의 위험부담도 커졌다.

또 수요예측 과정도 주관사가 마지막날 일률적으로 받던 지금까지의 '사실상 입찰' 방식에서 탈피해 해외 로드쇼와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시 신주발행과 대주주의 보유주식(구주) 매각을 병행시키던 창구지도 관행을 깨고 100% 구주매출 방식의 상장도 허용됐다.

발행사 지분을 1% 이상 보유하면 주관업무를 제한하던 것도 5%로 상향 조정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