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소환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제도가 시행에 들어간 지 1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자체와 갈등(葛藤)을 빚어오던 온갖 시민단체와 주민들, 심지어는 공무원들까지도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 투표에 나서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한경 7일자 A12면 참조)

주민소환제도라는 것이 부패 비리 무능력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고 보면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이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주민소환제가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나 정치적 압력 행사 등의 수단으로 지나치게 남발(濫發)된다면 그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남시나 부천시 등에서 화장장 건설에 반대해 주민 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임을 뻔히 알면서도 내 지역만은 안된다는 식의 '님비(Nimby) 현상'이 만연한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울산 울주지역 공무원노조가 인사 불만을 이유로 단체장 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주민소환이 이뤄진다 해서 곧바로 단체장의 퇴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라는 절차를 거쳐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주민 소환이 추진되는 자체만으로도 단체장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행정은 시민단체나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인기영합주의로 흐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또 실제 투표까지 이어질 경우 단체장 권한정지에 따른 행정공백 또한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도 운용 방법이 잘못되면 독으로 바뀔 수 있다. 주민소환제를 남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