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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아무리 AI시대라도 군 병력은 함부로 줄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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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에 나와 인공지능(AI)의 국방 활용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드론 전쟁인데 수십만 젊은 청년들이 왜 군대에 가서 저렇게 막사에 앉아 세월을 보내고 있나. 저게 과연 진정한 국방력이고 전투력일까.” 그러면서 “결국 다 드론·로봇·무인으로 갈 텐데 국방을 AI화해야 한다”고 했다.

    요약하면 드론·로봇 등 AI 기술을 활용하면 병력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조금만 따져보면 이 대표의 인식이 냉엄한 국제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무인기를 도입하면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른 쪽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 운용 능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인 공격기 리퍼와 관련된 ‘리퍼의 역설’이다. 드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모든 가용 전투력을 통합하는 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지형적 특성으로도 대규모 지상군은 절대적이다. 북한과 지근 거리인 서울·수도권에 국가 자산의 상당 부분이 몰려 있는 우리로서는 완충지대가 없는 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수도권에서 밀리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탄탄한 육군 병력으로 수도권을 틀어막아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 주지하는 대로 남북한의 지상군 병력 격차는 3 대 1로 북한에 밀린다. 저출생 여파로 현역병이 줄자 예비군 강화와 시니어 병력 활용 방안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 대표는 무슨 의도로 병력 감축을 운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각국은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 군 복무 기간 연장 등 병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판에 이 대표는 “막사에 앉아 세월을 보내고 있나”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모독하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겨냥한 ‘국방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미군 2만8000명이 주둔하는 나라의 유력 정치인이 군 병력 감축을 이처럼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미국 정가에선 요즘도 한국이 주한미군에 안보를 맡긴 채 자신은 군 복무기간을 계속 단축해 왔다는 힐난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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