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만 잔뜩 진열해놨더라"…홈플러스 본점마저 '텅텅'
"두 달 더" 시간 줬지만
비어가는 '홈플러스 매대' 어쩌나
본점 매대도 PB로 겨우 채워
"사고 싶어도 물건 없다"
회생 시간표 연장됐지만 상품·고객은 '이탈'
비어가는 '홈플러스 매대' 어쩌나
본점 매대도 PB로 겨우 채워
"사고 싶어도 물건 없다"
회생 시간표 연장됐지만 상품·고객은 '이탈'
6일 찾은 홈플러스 강서점은 본점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분위기였다.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로만 채워진 매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진열할 제품이 떨어진 탓에 물티슈 한 종류로만 채워진 매대가 있는가 하면, 냉장 코너 일부는 상온 보관이 가능한 PB 커피와 텀블러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나마 일부 매대는 제조사 브랜드 제품이 채워져 일반적인 대형마트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가까이 다가서면 사정은 달랐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거치대 삼아 한 칸에 제품 하나씩만 세워둔 곳이 적지 않았다. 매대가 비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마저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대형마트의 위기는 매장에서 먼저 드러난다. 납품업체가 거래를 줄이면 상품 구색이 약해지고, 매대가 비면 고객도 다른 채널로 이동한다. 고객이 빠지면 다시 납품업체와 입주업체 이탈이 가속한다. 영업 기반이 흔들리면 재무적 회생 가능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정상영업 기반이 빠르게 고사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50대 방문객은 "무언가 사려 하면 딱 한 종류만 있는 경우가 많다. 취향에 따라 고를 선택권은 없다"며 "이 정도면 대형마트라고 보기 어렵고 동네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정상영업마저 힘에 부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업계에서는 법원 판단과 현장의 체감 온도 사이에 괴리가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납품업체와 입주업체, 소비자라는 유통업의 기반이 무너지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더라도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추진 중인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자금난 해소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은 2000억원대로 거론되는데, 홈플러스가 연체한 협력사 물품 대금도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린 대금과 점포 운영비, 세금 등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이 들어와도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검토 중인 2000억원대 긴급 운영자금(DIP)도 회생의 돌파구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자금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실제 유입되기 전까지 유동성 공백을 메우는 브리지론 성격이 강하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회생 재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받을 매각대금을 미리 당겨쓰는 구조다.
그마저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불신을 키운다. 상환 재원이 비교적 분명한 자금인데도 메리츠는 지원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물품구매전단채 투자자들도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DIP 금융이 신규 우선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기존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앞서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시각을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토론회에서 "메리츠 말로는 결국 한강 물에 돌 던지는 것밖에 안 된다. 덜컥 동의했다가 잘못되면 다른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은 단순한 채무 조정이 아니라 정상영업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납품업체가 물건을 넣고, 입주업체가 매장을 유지하고, 소비자가 장을 보러 와야 하는데 그 구조가 무너지면 정상화가 급격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