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상가(단지 내 상가) 분양시장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공급된 신규 상가들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리면서 극심한 계약률 저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단지 내 상가는 그동안 상권이 안정적이란 이유로 우량 투자상품으로 손꼽혀왔고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급기야 작년 하반기부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다.

일부 상가는 초기 계약률이 저조하자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나서기도 했지만 속수무책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치동 I아파트 상가 초기 분양률 37%

지난달 29일 공개입찰방식으로 분양한 강남구 대치동 I아파트 상가는 8개 점포 가운데 3개만 간신히 낙찰됐다.

은행이 1,2층에 점포용으로 매입한 것을 빼면 개인 투자자 점포는 1개에 불과했다.

분양가는 1층(20.7평) 점포가 13억8690만원에 낙찰됐다.

평당 가격은 6700만원이 넘었다.

1층(20.7평)과 2층(143평)에 각 1개씩 점포를 분양받은 은행은 80억9000만원을 써냈다.

나머지는 내정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찰됐다.

상가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양받아 6~7%의 투자수익을 내려면 세입자로부터 보증금 1억~2억원에 월세 700만원은 받아야 되지만,이 정도 임대료를 감당하고 장사할 세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투자가치 하락을 우려했다.

단지 내 상가는 평당 5000만원이 넘으면 슈퍼 세탁소 미장원 약국 등 근린생활업종의 경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잠실 L아파트상가 분양가 내려도 안 팔려

올 들어 최고가 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잠실 L아파트 B동 상가.

최근 분양률이 극도로 저조하자 공급가격을 낮췄다.

이 상가는 1층의 평당 분양가를 당초 최고 1억3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내렸고,지상 2~5층도 400만~1200만원까지 하향조정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의 반응을 썰렁했다.

이후 한 달이 넘었지만 한 개의 점포도 팔리지 않고 있다.

분양 개시 넉 달이 지났지만 팔린 점포는 두 개.1층의 7개 점포 중 은행의 자동입출기 설치용 점포가 유일하다.

2층도 은행 입점 점포 한 개뿐이다.

이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들은 "결국 고분양가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 가격에 점포를 분양받았을 경우 임대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배후단지가 2100여가구 이상의 초대형 단지여서 상권전망과 입지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분양가에 모두 묻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지 내 상가 인기 꺾이나

이 같은 강남권 아파트 상가 분양시장의 침체상태가 계속될 경우 단지 내 상가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분양가로 인한 상가 미분양은 수도권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수도권 단지 내 상가 미분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올 들어 수도권과 지방에서 분양된 단지 내 상가의 경우 70% 이상이 초기분양률 3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미분양 사태는 대부분 고분양가 책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단지 내 상가는 자칫 방심하면 높은 분양가에 매입해 나중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 불거진 단지 내 상가 거품론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