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집값 하락세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지금쯤 집을 사야 하는 시점인지,아니면 더 떨어지길 기다려야 하는지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가 다시 오르는 통에 '실기(失期)'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잠잠했던 수도권 곳곳에서 집값,땅값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어 수요자들의 혼란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집값 더 떨어질까.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정점을 치닫던 작년 11월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분양가상한제의 기세에 눌린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대출규제가 맞물리면서 6개월 가까이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상태다.

하지만 수도권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분당급신도시는 물론 경기도에 추진되고 있는 4~5개의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 상승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재건축 단지의 급매물이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바닥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돼 공급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수급불균형에 의한 집값 상승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바닥보다는 무릎을 노려라

이 같은 근거를 들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요즘과 같은 가격 조정시기에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지금이 바닥인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작년 말보다는 집값이 떨어진 만큼 크게 밑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집값이 하향 안정기조를 보이고 있지만,그렇다고 작년 말 급등한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내 집을 장만해야 하는 실수요자라면 더 늦기 전에 '무릎 정도'에 매입에 나서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실제 분당급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화성 동탄신도시만 해도 가구당 5000만~1억원 정도 빠졌던 급매물이 모조리 자취를 감춘 채 호가가 다시 오른 상태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도 "통상 상승기보다 하락시점에서는 대형 평형과 중소형 평형,그리고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격차가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집값이 마냥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조정기를 노려서 유리한 조건에 내집을 마련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 효과 맹신은 금물

대부분 실수요자들은 9월 이후로 내집장만을 늦춘다는 심리가 대세다.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는 9월 이후에는 수년째 반복돼 온 고분양가 아파트가 사라지고 주변 시세나 기존 신규 분양아파트 가격보다 낮은 새 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민간업체들의 사업부지에 대해 사실상 시세에 근접한 수준의 땅값을 인정해 줄 방침이어서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20% 이상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방안을 놓고 보면 실제 인하효과는 10%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마이너스 옵션(수요자 선택사양) 제도가 시행되면 초기 분양가는 낮지만 준공 무렵 옵션가격이 만만치 않아 분양가 인하효과는 '조삼모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선 지자체에서는 분양가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이미 분양가상한제에 버금가는 분양가규제에 나서고 있어 지금이나 9월 이후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9월 이후를 고집한다고 해도 이 때부터는 청약가점제가 함께 실시돼 큰 평형으로 갈아타려는 '이전 수요자'는 물론 신혼부부나 직장 초년생들은 당첨 확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당첨확률이 높은 무주택자들이 아니라면 9월 이전에 나오는 신규 분양물량이나 입지가 좋은 기존 주택시장의 재고물량을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