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가 오는 9월 시행되면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분양 원가 절감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자재비와 설계 마케팅 등 전 부문에서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장에서는 이미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 한푼이라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라고 어려운 상황을 털어놓았다.
건설업체, 원가절감 팔 걷었다
◆대행사 쓰지 않고 직접 분양

동원개발은 다음 달 분양하는 용인 흥덕지구 '로얄듀크팰리스'를 시작으로 앞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때 대행사를 쓰지 않기로 했다.

가구당 100만~1000만원이 들어가는 분양대행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접 분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동원개발은 분양 건수의 70%가량을 분양대행사에 맡겨왔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이익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전사적 차원에서 분양원가를 줄이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도 최근에 분양한 서초아트자이,서수원자이,송내 자이 등 3건을 모두 자체적으로 분양했다.

GS건설은 분양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는 대행사를 쓰지 않기로 했다.

분양대행사인 포스어코드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상담원과 도우미를 직접 고용하고 교육시키는 등 분양마케팅에 뛰어드는 바람에 분양대행사들 일감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단가 인상 자제해달라"

건설업체, 원가절감 팔 걷었다
월드건설은 지난 14일 주요 협력업체 50여개사 대표들을 여의도 본사로 초청해 '상생다짐행사'를 열었다.

월드건설은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에 대한 경영 대책 방안을 설명하고 자재비 단가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회사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부동산 경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협력업체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신원종합개발은 따로 해오던 모델하우스와 본공사 마감재 계약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자재비를 줄이고 있다.

마감재를 일괄 계약해 구매하면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단지에서만 일괄 계약을 해 왔으나 올해는 모든 분양단지에서 일괄 계약으로 자재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로 설계 비용도 줄여

대림산업은 지난달 자사 아파트 디자인을 표준화한 지침서 '토털 디자인 매뉴얼'을 선보였다.

단지 내 조경에서 지붕,외벽,출입구,옥탑,주차장,자전거 보관소,쓰레기통 등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단지 전체 디자인에 대한 총괄적인 기준을 담고 있는 지침서다.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별로 각 요소들을 따로 디자인했지만 매뉴얼 발간으로 이를 표준화해 설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다른 단지와 설계를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현대건설이 이달 경기 오산시에 분양한 '원동 힐스테이트'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파주 힐스테이트' '상현 힐스테이트'와 설계를 공유했다.

현대건설은 "설계 비용을 줄여 원동 힐스테이트를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에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