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남부터미널이 지하 6층,지상 42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건물로 재개발될 전망이다.

20일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전선으로부터 남부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H부동산개발업체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발 계획안을 서초구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 계획은 낡은 버스터미널 개발에 대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용역 결과가 나오는 오는 6월 말 이후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부동산시장 자극을 우려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서울시가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터미널 등 도시계획시설 내 영화관과 같은 '비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시설의 중복·입체적 결정 허용 범위 기준'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이후 터미널 개발 계획이 서울시에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강남 동서울 상봉 등 서울시내 다른 터미널에 대한 재개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市) 용역 결과 '개발 계획' 좌우

개발 계획에는 남부터미널을 지상 최고 42층짜리 초고층으로 올리고 그 안에 백화점,할인점,영화관,오피스 등을 들여 복합건물 형태로 짓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도시계획시설이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거공간을 들이지 못하도록 한 서울시 방침에 따라 아파트는 공급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여객터미널 가운데 서울시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제출된 것은 남부터미널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정개발연구원 등에 의뢰해 노후화된 여객터미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는 6월 말께 나온다.

이에 따라 남부터미널이 개발 업체의 계획대로 초고층 형태로 지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도시건축공동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해당 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도 개발 움직임

상봉 동서울 서부터미널 등의 부지 소유주들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 땅의 개발을 추진해 왔다.

전용범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의 수익성이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가시화될 동서울터미널의 개발을 통한 잠재 성장성은 조선부문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중랑구 상봉동 상봉터미널도 서울시가 선정한 균형발전촉진지구에 포함되면서 부지 소유주가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서울시내 터미널이 아파트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지만,대규모 개발 자체가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값을 자극하는 모든 정책을 최대한 미룰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개발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이호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