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조적인 화법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전 시장이 '튀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양 캠프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의 화법을 둘러싼 주변의 우려에 대해 "걱정도 팔자"라고 일축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캠프 인사들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말 실수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의 화법은 '즉흥','직설','대중'으로 요약된다.

준비된 각본에 따라 미리 갈고 닦아둔 문장을 읊는 경우를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누군가 질문을 해오면 평소 생각하던 것을 거침없이 말해버린다.

특히 공식적인 발언대가 아닌 곳에서는 이 같은 즉흥성이 더욱 강해지고,여기에 농담까지 자주 섞는다.

최근 영화 '마파도 2'와 관련해 "그 영화는 '한물 살짝 간' 중견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다"라고 발언했던 것도 즉흥성과 '이명박식 농담'이 결합한 결과다.

이 전 시장은 또 에둘러 표현하거나 알듯 모를 듯한 선문답식 답변을 하지 않는다.

단어선택에 있어서도 일반 대중의 생활언어를 즐겨쓴다.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한물 살짝 간 중견배우들','안에 있어도 시베리아지만 밖에 나가면 더 춥다' 등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 달리 강연 때 준비된 원고에 충실한다.

'수첩 공주'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때문에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이 됐지만,설화(舌禍)에 시달린 적이 없다.

'투쟁'국면에서 상황을 한두 단어로 축약,집요하게 반복 전달하는 게 박 전 대표의 주특기다.

2005년 사립학교법 관련 장외투쟁 때나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때 '이념'이란 단어를 부각시켜 여권을 몰아세웠다.

최근 대선 경선 룰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졌을 땐 입만 열면 '원칙'을 강조했다.

자신의 주장이 제대로 먹혀들지 못한다는 판단이 설 땐 반어법도 자주 사용한다.

경선전이 달아오르면서 '걸레''고스톱판' 등 험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