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방문..한센인 위문, 5.18묘역 헌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17일 전남과 광주를 찾아 호남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호남 방문은 경선룰 공방이 매듭지어진 후 첫 지방 방문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호남에 대한 애정과 공들이기를 엿보게 했다.

그는 오전 항공편으로 여수에 도착한 뒤 고흥으로 이동, 배를 타고 소록도로 들어가 `소록도병원 개원 91주년 전국한센가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소록도로 가는 배 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회가 깊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곳 복지관에 2천만원을 기증하셨는데 이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유업이 돼버렸다"면서 "복지관 완공식을 74년 12월18일 했는데 어머니는 안타깝게 여기에 참석하지 못하셨다"며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병원 경내를 둘러보면서도 "2천만원이면 지금으로 따지면 20억원인데..."라며 육 여사의 한센인 사랑을 기린 뒤 복지관에 들러 한센인 2명의 손을 잡은 뒤 "그 때 (어머니가) 오실려다가 못왔어요" "진작부터 소록도에 한번 오려고 했는데 작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치는 등 그 때 마다 일이 생겨서 이번에서야 처음 오게 됐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축사에서 "한센인은 국민기초생활보호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장애인 등록도 안된다.

한센인 2세의 교육문제와 정착촌 주민 보건의료문제 등 한센인 여러분이 필요로 하고 아파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고 제가 정치하는 도리"라고 강조했다.

임두성 한빛복지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고향과 부모조차도 버린 우리에게 손을 내민 분이 바로 육 여사다.

육 여사는 한센인 우리에게 바로 어머니"라면서 "여기에 그 분의 화신, 분신이 오셨다"며 박 전 대표를 소개하자 행사에 참석한 한센인과 그 가족들이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고 육 여사는 생전 소록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대부분이 접촉을 꺼리던 한센병환자들과 거리낌없이 손을 맞잡으며 따뜻하게 대해주고 자립의 길도 열어준 바 있어 이후 한센병 환자들은 자신들의 행사에 박 전 대표를 빠짐없이 초청하고 있다고 캠프측은 설명했다.

특히 이날 소록도 방문은 `장애태아 낙태' 발언 논란으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곤욕을 치른 때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이후 순천으로 이동, 지역 여론주도층 모임인 `섬진강 포럼'에서 특강을 갖고 `화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강에서 "순천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저도 스스로는 얼짱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며 조크를 던지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 전반의 오염을 걷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정치에 있어서 약속을 어기는 것도 오염"이라며 원칙과 약속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영호남을 아우르며 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처럼 진정한 국민화합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온 나라가 지역, 이념, 세대로 나뉘고 대립해서는 어떤 희망도 발전도 기약할 수가 없다"며 "이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모두 가슴을 열고 손을 잡아 선진화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다.

우리는 호남도 아니고, 영남도 아니고, 대한민국"이라고 지역벽 허물기를 호소했다.

그는 이어 광주로 이동해 5.18 묘역을 찾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헌화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3월 당 대표 취임 이후 매년 5.18 기념식에 대표 자격으로 이 곳을 방문했지만 올해에는 당 대표가 참석하는 공식 기념일에 앞서 대선주자 개인 자격으로 하루 먼저 묘역을 찾았다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박 전 대표의 5.18 묘역 참배는 호남 민심에 다가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보수 성향의 대선주자로서 대선 승리의 향배를 가를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록도.순천.광주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