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입법 예고한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택지비를 현실화함에 따라 민간 주택공급이 당초 예상보다 활기를 띨 전망이다.

감정가격이 아닌 실제 땅매입가격을 택지비로 인정받게 되면 고가 부지매각으로 논란이 빚어졌던 서울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이나 인천 청라지구의 주택사업도 '적절한' 분양가를 받을 수 있어 분양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마이너스 옵션 의무화에 대해 업계는 분양가 인하효과가 미미한 데 반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수도권 주택공급 활기 기대

업계는 일단 정부가 택지비를 당초보다 현실화한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땅을 구입해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던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연내 분양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2005년6월 분양한 뚝섬 상업용지는 1,3,4구역의 감정 가격이 5270억원이었지만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된 금액은 감정가의 두 배가 넘는 1조1262억원에 달해 주상복합 분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뚝섬 주상복합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감정가로 택지비를 매길 경우 토지매입가격보다 크게 낮아져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웠지만 토지매입가격이 택지비로 인정되면서 분양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인·허가 단계를 마무리짓고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분양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택지비 규제 완화로 올들어 침체됐던 수도권 주택 공급도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현재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분양실적은 2만8862가구로 작년 전체 실적의 35% 선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본형 건축비를 업계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현실화한다고 약속한 데다 택지비 인정범위도 넓혀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에 3개 모델 둘 판

반면 업계의 정부의 마이너스 옵션제 의무화 방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벽지,바닥재,주방시설,수납장 등은 마이너스옵션 아파트에 설치되지 않지만 실제론 생활에 꼭 필요한 품목들이어서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다.

작년 10월 동문건설이 울산에서 마이너스 옵션제로 분양한 '굴화리 굿모닝힐' 49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874만원으로 기본 옵션형(957만원)에 비해 평당 83만원 낮았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엔 마이너스 옵션제 아파트가 싸게 보이지만 계약자가 옵션 품목을 개별적으로 선택해 시공하면 공사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일부 업체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기피,같은 단지 안에서 입지가 떨어지는 동을 마이너스 옵션 동으로 지정하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마이너스 옵션제 의무화로 건설업체들은 향후 분양시장에서 한 아파트에 대해 △마이너스 옵션형 △기본 옵션형 △플러스 옵션형(기본 옵션형+발코니 트기) 등 3가지 모델을 선보여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많은 마감재를 고르고 시공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업체마다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