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청약가점제 도입을 앞두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중·소형 아파트 청약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순위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기는 사례가 잇따를 정도다.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 불리해지는 신혼부부와 1주택 소유자 등이 대거 청약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0대 1' 경쟁률 속출

16일 금융결제원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15일 '미아뉴타운 래미안(1·2차)'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2차 33평형이 서울 1순위에서 127.4대 1로 마감됐다.

1차 33평형과 2차 32평형도 1순위에서 각각 106대 1과 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3월에는 종암동 '래미안' 33평형이 무려 735대 1에 달했고,같은 달 고척동 '푸르지오' 32평형도 247대 1로 마감됐다.

지난달 공급된 봉천동 주상복합 '위버폴리스'는 1순위에서 33평형이 58대 1,36평형이 22대 1로 예상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되고 있다"면서 "당초 미분양을 예상했던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도 청약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강북지역이 더 강세

요즘 분양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강북지역 아파트와 중·소형 평형이다.

서울권 대단지 분양이 대부분 강북 재개발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청약결과가 성공적인 곳은 강북구,성북구,서대문구 등에 위치한 재개발아파트들이다.

또 20~30평형대 중·소형 평형과 40~50평형대 대형 아파트 간 청약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15일부터 청약을 받은 부천 송내자이의 경우 24평형은 1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45·47평형은 미달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중·소형 아파트는 실수요층이 두터운 데다 상대적으로 대출규제가 적어 인기가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전쟁 더 치열해질 듯

수도권에서의 이 같은 주택 청약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91.3%(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비율,작년말 기준)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향후 공급물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올 9월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 추첨제로 배정되는 물량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은 전체의 25%,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은 50%로 줄어들어 청약경쟁률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상한제가 아파트 투기를 조장하는 역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청약가점제가 도입되면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30대 젊은층의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분양가까지 낮아지면 아파트 당첨이 곧 로또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청약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