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내동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중랑구청에 공시지가를 높여 달라는 의견을 냈다.

보통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지가를 낮춰 달라는 요구가 일반적이지만 A씨는 시가의 80% 선인 공시지가를 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려 달라는 민원을 제출한 것.중랑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신내동 일대에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자 이곳 토지 소유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겨냥해 대거 공시지가 상향 조정 요청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시지가를 높여 달라는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공시지가 하향 조정 요구 일색이었으나 올해 송파구의 경우 86%가 상향 조정을 요청했다.

동대문,중랑,구로,노원구 등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이 많은 곳도 공시지가를 높여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반면 강남,서초,강동,광진구 등 땅값이 많이 뛰었으면서도 재개발 수요가 적은 곳에서는 공시지가를 내려 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강북 뉴타운지역 "공시지가 올려 달라"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자치구에서는 공시지가 상향 요구가 줄을 이었다.

토지 수용이나 재개발 아파트를 배정받을 때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각 자치구가 지난 10일까지 20일간 주민들로부터 올해 개별 공시지가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 결과 동대문구는 123건 의견 중 77%가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동대문구 지적과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상향 조정 요구가 늘어나더니 올해는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2차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농동과 답십리동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청량리동 205 일대 재개발 지역도 공시지가를 시가 수준으로 높여 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 시가는 공시지가보다 50%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와 구로구도 의견 제출 주민들 중 77%와 66%가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천왕2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된 토지 소유주들이 집중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왔다"며 "실거래가 수준의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택지개발 추진과 함께 공시지가 상향 조정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의견 제출 200건 중 상향 조정 민원이 76%에 달했다.

중랑구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신내동 제3택지개발지구 토지 보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토지 소유주들이 대거 공시지가를 올려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북부간선도로와 붙어 있는 이 지구는 6만여평으로 서울시가 건설교통부에 택지지구 지정을 요청한 상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서울시내 곳곳에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있는 데다 공시지가가 여전히 시가보다 20~30% 정도 낮기 때문에 높은 보상가를 겨냥한 상향 요구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송파구의 변신(?)

송파구는 강남,서초구와 함께 이른바 강남 3구에 속한다.

하지만 올해 공시지가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제출 내용을 보면 하향 조정이 대세인 다른 강남지역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총 의견 제출 315건 중 상향 요구가 272건(86%)으로 압도적이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송파구에는 장지택지개발지구와 문정 법조타운,송파신도시 개발 예정지 등이 다수 포함돼 보상가를 높게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의견 제출을 접수한 지역은 대부분 농경지로 평당 가격이 150만~2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이들 토지 소유주는 인근 일반주거지나 상업지역 수준으로 공시지가를 올려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서초,양천구는 하향 조정 요구

작년에 비해 땅값이 평균 18.43%(표준지 공시지가 기준) 오른 강남구는 총 411건의 의견 접수 가운데 400건(97%)이 하향 조정을 요구했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하향 조정을 위해 구청을 찾아온 민원인들 대부분이 3~4층짜리 근린생활시설(상가)을 소유한 경우"라며 "작년 공시지가 수준으로 내려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고 세금이 오르면 그만큼 임대료에 전가돼 영세민만 힘들어질 뿐이라는 논리로 하향 요구를 하는 민원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마포,서초,강동,양천구 등에서도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적게는 67%에서 많게는 88%에 달했다.

각 자치구는 이번에 제출된 의견에 대해 감정평가사 재검증을 실시,구 부동산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31일 개별 공시지가의 최종 결정 및 공시를 한다.

이후 6월 한 달간 이의신청 접수를 실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을 실제로 반영하는 경우는 제출 건수의 20%도 안 된다"며 "특히 보상가는 감정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개별 공시지가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호기/김철수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