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출신 아랍계 영국인...총재는 유대인

부시 미 행정부의 최고위 실세중 한 명인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를 연일 사임압력에 시달리게 만든 특혜 스캔들의 주인공인 여자친구는 누구인가.

여자친구 또는 심하게 표현하면 내연의 처로까지 알려진 사하 리자는 울포위츠 총재의 특혜 스캔들 폭풍 속에서도 베일에 가려 52세의 영국 시민권자라는 것 외에는 거의 일반에 알려진 게 없다.

리자 또한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WP)가 10일 리자의 친구 등 주변을 심층취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캔들의 여주인공으로만 연상되는 백치미의 여성과는 전혀 다른 옥스퍼드대 출신 재원으로 아랍어와 터키어 등 5개국어에 능통하고 아랍문제에 누구보다 정통한 인텔리 여권운동가인 리자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리자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태어나 리비아에서 자랐고, 영국과 몰타섬의 가톨릭학교를 거쳐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미에서 학사와 옥스퍼드대 세인트 안토니 칼리지에서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지인들이 말하는 리자는 한마디로 하나같이 강한 인상을 주는 논리가 정연하고 능력있는 여성이다.

또 여성인권 신장에 애착을 보인 여권운동가였고 아랍지역의 민주화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왔다.

유대인인 울포위츠 총재와는 문화와 종교적인 배경이 달랐지만 두 사람은 아랍지역에 민주주주의를 전파해야 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의 지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이번 스캔들로 그동안 자신의 이력이 울포위츠 총재 덕분인 것처럼 그려지는 것에 리자는 불만이다.

리자는 세계은행에서 여성의 참여와 권리를 확보하려는 자신의 일이 다름아닌 세계은행에 의해 좌절된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스캔들을 조사한 세계은행 위원회에 보낸 자료를 통해 세계은행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슬림 아랍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리자는 1990년대초 울포위츠가 이사회 일원으로 있던 미국민주주의재단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됐고 1999년부터 둘 다 이혼하면서 본격적으로 만찬장에 함께 나오는 등 사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 둘 관계는 오랫동안 워싱턴 사교계에서 새어나오지 않은 비밀중의 하나였다.

이번 스캔들로 둘 다 사생활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워싱턴의 최악의 스캔들 폭풍속에서도 두 사람이 관계를 계속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리자를 22년간 알고 지낸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WP는 전했다.

울포위츠는 세계은행 총재로 오면서 함께 규정에 의해 은행에 근무할 수 없게 된 리자를 미 국무부로 파견하면서 승진과 더불어 연봉도 두 배 가량 인상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리자는 옥스퍼드대에서 만난 터키인 불렌트 알리리자와 만나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둘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있고 전 남편인 불렌트 알리리자는 현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터키담당 국장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