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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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을 핑계로 아랫사람에게 억지로 술 먹이고 새벽까지 집에 못가게 하는 등 횡포를 부린 직장 상사에게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고 한다.
보도를 통해 사건 개요를 접한 사람 상당수가 반신반의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무슨 돈으로 그렇게 자주 회식을 했다는 거야."
시대가 변해 회사에 따라서는 팀장 아니라 임원도 당일에 회식을 통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미리 공표한 회식에 빠져도 뭐라고 못한다는 마당이다.
상향평가 내지 다면평가제가 도입돼 상사래봤자 부하직원 야단 한번 세게 치기도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윗것이 아랫분 모시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그렇다면 기업별 문화 차이가 너무 큰 걸까.
지난해 말 어떤 기업의 송년회에서 나온 직원들의 새해 소망엔 '집값 안정'과 함께 '폭탄주 들이붓고 시작하는 회식문화 퇴치'가 들어있다.
가장 싫은 선배는 '칭찬엔 인색하고 실수만 지적하는 선배''퇴근시간에 회의하자는 선배' 및 '회식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선배'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직장 초년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하소연소리 또한 낭자하다.
"취업한 것까진 좋은데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허구한 날 늦게 귀가하니 걱정돼 잠을 제대로 못자는 등 힘든데 남들도 다 그렇다니 꾸짖거나 말릴 도리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말이다.
회식의 필요성을 부인할 순 없다.
문제는 회식의 대부분이 술자리로 개인의 취향과 체질에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말로는 알아서 하라지만 실제 참석하지 않거나 술을 피하면 '사회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대놓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빠지기는 쉽지 않다.
"행여 책잡히지 않을까.
정보 전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싶어 2,3차에서도 쉽게 일어서지 못한다.
겨우 취업해도 상시 구조조정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눈치 보느라 몸과 마음 모두 힘겹다는 얘기다.
단합도 좋고 허물없는 의사소통도 좋지만 '퇴근시간 뒤의 회식도 근무'라는 식의 억지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보도를 통해 사건 개요를 접한 사람 상당수가 반신반의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무슨 돈으로 그렇게 자주 회식을 했다는 거야."
시대가 변해 회사에 따라서는 팀장 아니라 임원도 당일에 회식을 통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미리 공표한 회식에 빠져도 뭐라고 못한다는 마당이다.
상향평가 내지 다면평가제가 도입돼 상사래봤자 부하직원 야단 한번 세게 치기도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윗것이 아랫분 모시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그렇다면 기업별 문화 차이가 너무 큰 걸까.
지난해 말 어떤 기업의 송년회에서 나온 직원들의 새해 소망엔 '집값 안정'과 함께 '폭탄주 들이붓고 시작하는 회식문화 퇴치'가 들어있다.
가장 싫은 선배는 '칭찬엔 인색하고 실수만 지적하는 선배''퇴근시간에 회의하자는 선배' 및 '회식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선배'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직장 초년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하소연소리 또한 낭자하다.
"취업한 것까진 좋은데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허구한 날 늦게 귀가하니 걱정돼 잠을 제대로 못자는 등 힘든데 남들도 다 그렇다니 꾸짖거나 말릴 도리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말이다.
회식의 필요성을 부인할 순 없다.
문제는 회식의 대부분이 술자리로 개인의 취향과 체질에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말로는 알아서 하라지만 실제 참석하지 않거나 술을 피하면 '사회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대놓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빠지기는 쉽지 않다.
"행여 책잡히지 않을까.
정보 전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싶어 2,3차에서도 쉽게 일어서지 못한다.
겨우 취업해도 상시 구조조정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눈치 보느라 몸과 마음 모두 힘겹다는 얘기다.
단합도 좋고 허물없는 의사소통도 좋지만 '퇴근시간 뒤의 회식도 근무'라는 식의 억지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