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의 A(65)씨는 지난 2월 상조회에 가입했더니 회원증과 함께 홍삼엑기스 1박스가 배달됐고 그냥 먹어도 된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믿고 먹었더니 33만원의 대금이 청구됐다.

또 거제의 B(67)씨는 마을 사람들과 무료관광을 다녀오면서 40만원짜리 인삼제품을 사왔고 수차례 관광을 다녀오면서 번번이 건강식품을 구입, 모두 수백만원어치를 복용하고 있다.

반품하려해도 연락처도 없다.

최근 농촌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파티형' 판매와 '관광형' 판매, 비정상적인 방문판매 등이 성행하면서 상품 구입을 둘러싸고 가정불화가 잦고 지역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고 지방의회까지 나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7일 경남도와 거창군 등에 따르면 도시지역 노인들을 중심으로 파티형 방문판매업을 해오던 업자들이 최근에는 농촌지역 면단위까지 들어와 노인들을 모아놓고 고가의 건강식품과 건강기구 등을 판매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뚜렷한 제재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여기다 전화를 걸어 카드 연체대금이나 치료비 등을 입금토록 하는 사기행위가 농촌지역 노인들에게도 부쩍 늘고 있고 무료관광이나 식사제공, 당첨 상술 등 '공짜'를 미끼로 시장정보나 판단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접근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거창에는 올들어 모두 4팀의 업자들이 들어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파티형 판매를 시도하자 군과 군의회, 경찰까지 나서 장부압수 등 강력단속을 경고한 끝에 철수시키기도 했다.

군의회에서는 이들 업자들을 단속할 수 있도록 정부에 소비자보호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건의할 것을 군에 요구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노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할 때 자녀들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한다는 웃고 넘길 수 없는 주장도 나왔다.

거창군 관계자는 "업자들이 차량을 동원해 소일거리가 마땅찮은 노인들을 모아놓고 처음엔 원가나 손해가 갈 정도로 간단한 물건을 팔면서 각종 이벤트를 곁들여 노인들의 환심을 산 후 철수 직전에 고가의 물건을 팔고 간다"며 "그렇지만 이들이 사전에 판매업 신고를 하는데다 14일이내에 반품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규정을 교묘히 피해서 영업을 해 단속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신고나 고발을 해야 단속을 할 수 있는데 신고를 해오는 노인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단속을 하려는 공무원들을 원망하는 경우도 있어 행정기관과 자녀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
이에따라 거창군은 거창읍 등 10개 읍.면지역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만상술 유형과 대처 요령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해줄 것을 도에 요청했다.

도는 이달부터 두달간 도내 12개 시.군에서 22회에 걸쳐 노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교육을 준비중이다.

200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 교육은 지금까지 51회에 걸쳐 7천600여명의 노인들에게 실시됐다.

도는 농촌지역을 포함해 노인 소비자 교육 수요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대학교.소비자 단체 등과 공동으로 강사진을 구성하고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해나가기로 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농촌지역을 파고 드는 업자들이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대규모로 영업을 해 지역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라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면서 조만간 관련 법률 개정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원.거창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