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이 1일 수사의 중대 고비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차남의 소환 조사까지 마쳤지만 아직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구속영장 신청 단계를 눈앞에 두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상당히 구체적 수준의 범죄첩보까지 입수해 놓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전면 수사를 미뤄 온 경찰의 행태가 초동수사 부실을 낳아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난달 30일 있었던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경찰은 "김 회장이 직접 청담동과 청계산, 북창동 S클럽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S클럽 관계자들의 진술과 "직접 폭행도, 지시한 적도 없다"는 김회장의 엇갈린 진술을 받아놓은 상태다.

경찰은 김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세 곳의 사건 현장을 조사했지만 청담동 G가라오케에는 CCTV가 없고 북창동 S클럽의 CCTV는 오래 전부터 고장난 것으로 확인돼 현재로선 김 회장의 동선이나 직접 폭행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인한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경찰은 `CCTV가 없다', `CCTV가 고장나 있다'는 식의 사건 당사자들의 말만 믿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은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아 왔다.

발빠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경찰은 또 납치, 감금 혐의 입증에 필수적인 청담동 G주점에서 청계산까지 이동경로에 설치된 CCTV를 뒤늦게 확보했지만 기록보관이 10∼20일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증거수집에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늑장수사' 탓에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경찰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상당 시간을 할애해 첩보 입수부터 내사까지의 과정을 재차 해명하기도 했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폭력사건으로서 수사 효율 면에서 사건 현장인 S클럽과 그룹 소재지가 같이 있는 남대문서에 하달됐다"며 "3월 28일 첩보를 받은 이후 해당 강력팀이 (정상적으로) 내사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김 회장 측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동선을 밝히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경찰이 향후 어떤 식으로 부족한 초동수사 내용을 보완해 김 회장 측의 폭행 혐의를 입증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