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UBS 등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최소 3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나섰다.

이들 3개 투자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버냉키 의장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주된 근거는 주택경기 침체.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우스는 "주거용 주택 투자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버냉키 의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 5.25%인 금리가 4.5%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경기침체로 안전자산인 국채가 활황을 누릴 것"이라며 "10년만기 국채는 2002년 이후 최대 수익률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주택경기 침체가 미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FRB가 올해 4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머리 해리스는 "주택가격은 앞으로 10%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주택경기 침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이처럼 FRB의 시각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주택경기 침체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중 주택건설투자는 17%나 감소해 성장률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 3월 중 기존주택 판매량은 8.4%나 줄어 198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FRB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고용사정으로 인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여전하다며 이에 따라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파장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주택경기가 일부 지역에서 안정화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해 투자은행들과 많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FRB는 오는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여는 것을 비롯해 올해 안에 6차례 더 회의를 열고 금리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