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올초보다 가격이 2억원 가까이 내린 급매물까지 나오고 있지만,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에 따라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물이 하나 둘씩 쌓이면서 집값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해왔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이른바 '버블세븐'으로 불리는 인기지역은 물론 수도권으로 집값 하락세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수억원 내린 급매물도 거래 안돼

올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투자매력이 급감한 데다 종합부동산세와 일시적 1가구2주택자들의 양도세 회피성 매물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34평형의 현재 시세는 11억5500만원으로 지난 1월(13억원)보다 1억5000만원가량 빠졌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11평형도 5억9000만원 선으로 같은 기간 6000만원 떨어졌다.

특히 종부세 등을 피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내놓는 급매물은 2억원 정도 내린 가격으로 나오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강화 영향으로 매수 문의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W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만 매수 문의가 간혹 들어오고 있지만 그나마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상황이 뒤바뀌면서 느긋하게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집값 하락세 수도권으로 확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은 서울 주요 지역의 일반아파트와 구리,파주 등 수도권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 실종으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조차 적정 시세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강남구 대치동 우성2차 32평형 가격은 9억5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내려앉았다.

목동 주공5단지 35평형은 13억2000만원에서 11억2000만원으로 2억원가량 하락했다.

판교 후광효과로 집값 상승랠리를 탔던 분당,용인의 집값 내림세도 뚜렷하다.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 50평형 호가는 현재 11억원 초반으로 올초보다 1억원 정도 떨어졌고,용인 성복동 LG빌리지2차 49평형도 7억3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 선까지 내렸다.

집값 상승폭이 컸던 구리 토평지구 삼성래미안 45평형 시세도 최근 몇 달 사이 1억원 내린 8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성복동 H공인 관계자는 "일시적 1가구2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해 내놓는 급매물이 특히 눈에 많이 띈다"며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면 전반적인 시세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추가 하락 전망 많아

전문가들은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나와 있는 매물이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매도 호가가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하락이 뚜렷해지면서 주변 일반 아파트값의 동반 하락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5월 말까지는 종부세 등 세금 회피성 매물도 부분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더라도 갈수록 바닥 수준에 근접함에 따라 하락폭은 점차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주요 지역의 매물이 하나 둘씩 소화되면서 매물이 줄어들면 집값 하락 속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입 시기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