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삼성타운빌딩.삼성전자 해외영업부의 김 대리가 오전 11시에 열리는 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9층 회의실로 향한다.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나와 땀을 식혀준다.

일주일 전 빌딩의 중앙통제 시스템에 등록된 회의실 사용 계획에 따라 회의시간 5분 전에 에어컨이 자동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비밀회의다.

김 대리가 보안을 위해 창가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창문에서 진동음이 난다.

말소리에 의한 창문 떨림을 감지하는 레이저 도청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인위적으로 진동주파수를 쏘았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 사람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형광등과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진다.

네트워크 시스템이 회의 참석자 사원증에 달린 전자태그(RFID)를 통해 회의실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결과다.

내달 준공과 함께 입주가 시작되는 서초동 삼성타운이 최첨단 보안시설과 업무·사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지능형 빌딩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건축을 맡지만,빌딩 내부에는 삼성전자의 모든 첨단 IT기술이 총동원됐다.

삼성전자는 관련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에만 6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빰치는 보안장치

삼성타운은 산업스파이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 '철통보안'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컴퓨터 서버 등 주요 기기에는 RFID를 부착시켜 회사 밖으로 밀반출할 때는 즉시 체크돼 정보 유출이 원천 봉쇄된다.

레이저 도청을 막기 위해 회의실 창문에 진동주파수를 쏘아 도청을 방해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또 주요 출입구에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지문인식,정맥인식 등 생체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출입자가 엄격히 통제된다.

기밀문서나 개발 진행 중인 제품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X-레이 검색대도 도입된다.

빌딩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가방검색까지 이뤄진다.

외부에서 전달되는 소포 역시 이 검색대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돼 있어 각종 위험물 탑재 여부가 가려진다.

◆사람수에 따라 실내온도 자동 조절


삼성타운은 날씨 기온 일조량 인구밀도 등 각종 근무환경 정보를 자체 수집·분석해 최적의 근무환경을 조성토록 설계됐다.

기온 변화에 따라 냉·난방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은 기본.사무실 커튼도 햇빛의 세기에 맞춰 자동으로 여닫힌다.

회의실도 사전에 사용계획을 중앙통제 시스템에 띄우면 회의시간에 맞춰 온도조절 및 환기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RFID를 이용해 실내 인구밀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휴게실이나 사무실에 직원들이 많이 몰리면 회사 중앙통제 시스템이 각 사원들의 RFID를 통해 인원 수 정보를 수집,자동으로 환기량을 늘려준다.

또 실내에 사람이 없으면 환기 및 조명기기 작동을 중단시켜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도쿄 롯폰기 일대의 최첨단 빌딩들을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FID는 이외에도 각종 자동화 기능 수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직원들은 자가용을 몰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갈 때 카드를 찍거나 주차권을 뽑지 않아도 된다.

RFID를 통해 직원의 주차 정보가 자동으로 중앙통제 시스템에 입력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서류 결재,국내 최고 수준인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연결,프린터 용지 및 토너 부족 자동통보시스템 등도 삼성타운이 갖출 첨단기능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타운은 업무 효율 향상과 보안 유지를 강조하는 IT 기술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며 "일부 기능은 직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도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삼성타운은 7500여평 부지에 A동,B동,C동 등 총 3개동이 자리해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 2만여명을 수용한다.

A동은 다음 달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일부 부서가 입주하며,올 12월 준공되는 B동에는 삼성물산 본사,내년 5월 준공예정인 C동에는 삼성전자가 각각 들어온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