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상 당분간 프로그램 매수 기대 어려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타결 기대감에 부푼 주식시장에 프로그램 매물이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강한 선물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투자자들이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선물을 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도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기적인 선물 단기 매매로 인해 당분간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지수선물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하루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서 1천46억원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시장베이시스가 전날보다 악화돼 1.3~1.4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이다 1.5포인트로 마쳤고 프로그램 매매의 차익거래에서 매도 물량이 출회됐다.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2천103억원을 기록했으며 코스피지수는 장중내내 혼조세를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4.22포인트 오른 1,463.75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3월 중순부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선물시장에서 단기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시장베이시스와 프로그램 매매에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지난 달 26일부터는 하루 걸러 하루씩 대량 매도와 대량 매수를 반복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외국인투자자들의 선물 매수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강한 프로그램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이나 기관 등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지 않으면 지수는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월19일 마이너스 2만6천305계약에서 이날 현재 5천계약을 조금 웃돌고 있다.

즉 외국인이 지난 1월 중순 이후 선물에 대해 매수우위 자세를 유지하며 이미 3만2천계약 가량의 선물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외국인 선물 매매의 사이클이 4만계약 안팎 수준을 고점으로 해 움직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 여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2조9천억원 수준으로 여력은 충분하지만 지난 3월 만기 이후 단기에 5천억~6천억원 가량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유입보다는 차익실현 욕구가 더 강한 편이라는 평가다.

장지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지속적으로 사들여 선물 매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약화되면 베이시스가 크게 확대되기 어렵고 이 경우 프로그램 매수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에 유입됐던 물량이 시장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단기에 시장에 풀리는 모습"이라며 "시장베이시스가 0.8~0.9포인트 이하로 내려가면 차익거래는 매도우위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도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계에 도달한 매수여력 탓에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며 "베이시스는 현 단계에서는 오히려 둔화될 수밖에 없고 1.4~1.6포인트 수준에서도 차익거래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미리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면 내주에는 수급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긍정론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