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FTA 진영 국조 추진..전운 고조

2일 새벽으로 연장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최종 협상시한을 앞두고 정치권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주요 정파들은 일단 협상결과를 지켜보자며 숨을 죽인 표정이지만 저류에서는 찬반대립 기류가 확산되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FTA 반대진영은 조직적 세규합을 통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한 전면적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어, 협상타결 시점을 계기로 정치권 전체가 첨예한 `FTA 내전(內戰)'에 돌입할 조짐이다.

원칙적 찬성 기조를 견지해온 원내 제1당 한나라당은 협상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측에 국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협상을 촉구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현실에서 개방은 불가피한 만큼 협상 종료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2일 오전 당 소속 한미 FTA 특위위원들이 참석한 조찬 간담회를 개최하는데 이어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협상의 중대성을 감안, 31일과 1일 이틀간 소속 의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도 원칙적 찬성 입장 속에서 막판까지 국익관철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기우(李基宇) 원내 공보부대표는 오후 브리핑에서 "협상이 타결되면 곧바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용분석과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경로로 국민.산업 분야의 여론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재성(崔宰誠) 대변인도 오후 브리핑에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익에 도움되는 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평가하고 이에 따라 국회 비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당이 앞장서서 국회비준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한미 FTA에 대한 당의 입장과 추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겨냥, "구체적 대안도 없이 강건너 불구경하다가 열매만 따먹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박근혜(朴槿惠) 전대표, 이명박(李明博) 전시장 등도 앵무새처럼 쌀개방 불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서 반 FTA 진영을 중심으로 국회 비준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협상타결시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을 소집해 FTA 협상결과를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FTA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민주당 이상열(李相烈) 대변인은 "현재까지 협상을 지켜본 결과 정부는 구체적인 손익계산서를 전혀 내놓지 않은 채 미국에 상당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타결에 매달려 졸속협상을 한다면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순형(趙舜衡) 의원 등 일부는 FTA 찬성론을 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노동당은 1일 저녁 광화문 인근에서 시민단체 주관으로 열리는 `한미 FTA 협상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하는데 이어 2일 국회 본청 앞에서 FTA 타결 규탄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25일간 노천 단식농성중인 문성현(文成賢) 대표도 이날 새벽 문래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에 참석, 대회사를 통해 한미 FTA 체결 저지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우리당 강창일(姜昌一) 의원 등 의원 48명이 가입한 '한미 FTA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부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내일부터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소집하고 국정조사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단식농성 중인 김근태(金槿泰)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협상타결시 국회 비준저지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일로 단식농성 일주일째를 맞은 천정배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이 타결되면 비준동의안 처리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의원이 소속된 민생정치모임은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FTA 대응책을 논의한다.

6일째 단식농성 중인 김근태 의원도 "필요하다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원내 3당에 해당하는 통합신당모임 소속 이근식(李根植)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협상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찬반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남권 기자 rhd@yna.co.kr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