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도로점거 행진ㆍ게릴라 시위
민노당 이어 범국본 집회, `편법신고' 또 논란 될듯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2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와 행진을 벌이면서 `교통 마비' 상태가 초래됐다.

시위대가 도심 곳곳에서 차로와 이면도로를 점거해 행진과 기습시위를 벌이고 경찰이 도심 일대 차량 통행을 통제하면서 시내 곳곳에서는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

민주노동당과 범국본은 5일 오후 2시 30분께부터 2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당원, 노동자, 농민, 대학생 등 7천500여명(경찰 추산ㆍ주최측 주장 1만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FTA 협상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협정 체결 여부를 국민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18일째 단식농성중인 문성현 민노당 대표는 대회사에서 "정부가 3월30일 협상을 타결한다면 민노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민중의 배반자로 규정하고 타도 투쟁에 나설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범국본은 이날 현장에서 배포한 결의문에서 "이제 한미FTA는 타결과 중단의 기로에 섰다"며 "28일 오후 7시 시청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어 국민의 힘으로 졸속 협상 타결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노당 주최 `결의대회'는 사전 신고된 합법 집회였고 범국본 주최 `민중 궐기대회'는 금지 통고를 받은 불법 집회였으나 사실상 단일 집회처럼 같은 장소에서 잇따라 진행됐으며 민노당측도 `이제 민노당 집회가 끝나고 범국본 집회가 이어진다'고 집회 군중에게 안내방송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 지하철이나 도보로 서대문, 종로, 광교, 을지로, 태평로, 종로, 소공로 등으로 이동한 뒤 수백명 단위로 모여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며 FTA 반대 구호를 외쳤다.

도심 곳곳을 행진한 시위대 7천여명은 오후 5시 30분께부터 광화문과 세종문화회관 일대에 모여들어 세종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미 대사관 근처에 연단을 설치한 뒤 정리 집회를 열었다.

이날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시내에 208개 중대를 배치한 경찰은 시위대와 대치하며 버스로 길을 가로막는 등 방법으로 도로 점거와 행진 차단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일반 보행자, 시위대, 경찰 부대 등이 곳곳에서 뒤섞여 대치하면서 오후 내내 극심한 혼잡을 빚었고 오후 4시께부터 도심 일대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