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의 6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값이 보유세 부담 폭증,담보대출 규제 강화,분양가·재건축 규제 등 이른바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분양가 규제방안을 담은 1·31대책 발표에 상승세가 꺾이더니 최근에는 공시가격 급등,과표 현실화 등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규제방안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하면 매수세가 더욱 움츠러들고 상반기 중 보유세 회피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고가 아파트의 하락세가 깊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고가 아파트 낙폭 갈수록 커져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6억원 초과아파트는 지난 1월 평균 0.19% 올랐지만 지난달 0.1% 떨어진데 이어 이달에는 0.18%가 더 빠지는 등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4분기 중 이들 아파트는 지난 23일 현재 연초대비 0.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강남권,분당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은 3월 들어 모든 지역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서울지역도 6억 초과 아파트값은 1월에 0.22% 올랐지만 2월(-0.12%)부터 내림세로 돌아섰고 3월에는 -0.2%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지역별로는 목동 등 양천구가 1분기 중 1.96% 떨어져 내림폭이 가장 컸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과천도 3월까지 매월 0.5%씩 떨어졌다.

송파구(-0.92%)도 이번 달에만 0.41% 더 내렸다.

국민은행 조사결과 송파구 잠실 레이크팰리스 34평형은 1월에 12억4000만원에서 이달에는 12억1000만원으로 주저앉았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11억원에 나오지만 10억원 정도면 생각해보겠다는 사람만 간혹 눈에 띈다"고 말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1분기에 0.25% 떨어진 분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야탑동 탑마을 쌍용아파트 48평형은 올해 초 11억2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1500만원 낮은 매물조차 거래가 안된다.

◆6억원 이하는 되레 올라

반면 서울·수도권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자금마련이 상대적으로 쉽고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매수에 나서면서 1분기에만 평균 1.88% 올라 6억 초과 아파트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은 1~3월 중 2.27% 올랐고 성북·강북·노원·도봉구 등 강북권은 3% 이상 상승했다.

수도권도 의정부가 7.52% 오르는 등 그동안 아파트값 상승에서 제외됐던 지역의 강세가 여전했다.

투자수요보다 실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은 아직도 매수세가 꾸준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 상한선(전년대비 5~10%)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고 주택구입 자금 마련도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보유세 회피 매물이 변수

이처럼 6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값 낙폭이 더욱 커지는 것은 최근 열람이 시작된 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매수층이 급격히 엷어졌고,분양가상한제·원가공개 등에 따른 가격하락 기대감이 커진 마당에 공시가격이 급증해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마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가 아파트 가격을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무거워진 보유세를 줄이느냐,양도세를 피하느냐를 놓고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보유세 과세 기준시점인 6월 전에 고가주택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