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女風)'이 전 세계 4400여 여성법관의 공식모임인 '세계여성법관회의'의 국내 유치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5~17일 영국에서 열린 세계여성법관협회(IAWJ) 이사회에서 한국이 2010년 세계여성법관회의의 개최지로 결정된 것.

IAWJ 이사이자 한국 유치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혜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47)는 "명칭은 여성판사회의지만 양성평등과 인권보호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한국의 선진적인 사법제도와 발전상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2년 미국에서 열린 1회 대회에 김영란 전수안 대법관이 참석하는 등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개인회원 자격이었다.

그러나 여성 대법관을 배출하는 등 여풍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2월 처음으로 기관가입국이 됐고 3개월 만에 김 부장판사가 아시아지역 이사로 선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김 부장판사는 "예비판사를 포함한 여성법관 비율이 19.1%에 달할 정도로 한국은 여성판사가 급속히 늘어났다"며 "지난해 여성 종중원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등 여성 인권에 관한 한국의 발전상을 널리 소개한 게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IAWJ는 1989년 설립된 단체로 34개 기관가입국(국가단위 가입) 회원 4264명과 54개국 개인회원 21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2년마다 세계 각 대륙을 돌며 세계여성법관회의를 열고 있다. 2010년 회의는 원래 대륙별 순환원칙에 따라 유럽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한국의 적극적인 유치노력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런던이사회에 김 부장판사와 함께 참가한 현낙희 서울중앙지법 판사(27)는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며 한국을 소개하는 동영상 자료 등을 담은 메모리스틱을 이사들에게 나눠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판사는 "2006년 회의를 개최한 오스트레일리아가 아시아지역에 포함돼 있지만 남태평양 지역은 아시아와 지역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 개최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며 "이번 회의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2010년 본회의에 앞서 예행연습의 의미가 담긴 IAWJ 아시아ㆍ태평양 지역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