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제적생, 학원강의 3개월 듣고 강사 노릇
의대 중퇴 후 24년간 수학 강의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20일 밝힌 학원강사들의 학력 위조 수법과 경위는 매우 다양했다.

경북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 A(34)씨는 의사 자격증을 받고 나서 개업하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위해 학력 위조에 나섰다.

K대 의학과 졸업생인 그는 2002년 의학과 졸업증명서를 영문과 졸업증명서로 변조해 노원구의 한 보습학원에 제출한 뒤 5개월간 강의를 한 사실이 이번에 들통나 사문서 변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입시학원에서 강의를 하려면 반드시 관련 학과 학ㆍ석ㆍ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당시 규정에 맞추기 위해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학력 위조 사실이 적발된 학원 강사들 중에는 20년 이상 서울 시내 학원 곳곳에서 강의해 온 경우도 있었다.

지방 국립대 의대 본과 1학년 중퇴자인 B(76)씨는 1980년부터 K대 수학과 졸업생을 사칭하며 서울 시내 여러 학원에서 24년간 대학입시 수학을 가르쳐 왔다.

고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강남구 대치동 J학원 강사 C(60)씨는 1984년 타이프라이터를 이용해 위조한 K대 생물학과 졸업증명서를 이용해 20여년간 서울시내 4개 학원에서 2∼8년씩 생물 강의를 해 왔다.

다른 학원에서 들은 강의를 밑천으로 대입 수험생들을 가르친 사례도 있었다.

모 전문대 2학년 제적생인 용산 J학원 이태원지점 과학 강사 D(35)씨는 모 입시학원에서 과학 과목을 3개월간 수강한 뒤 2003년 11월 학원에 과학 강사로 취업했다.

그는 처남의 졸업증명서를 본떠 가짜 Y대 화학과 졸업증명서를 만든 뒤 이를 학원에 제출했다.

Y대 금속공학과ㆍ영문과 중퇴생인 강남구 도곡동의 K수학아카데미학원 원장 부부의 경우 같은 과 친구 명의의 졸업증명서를 본떠 컴퓨터와 프린터로 위조 서류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학원 강사들의 학력위조 사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적발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교육당국의 감독 소홀 탓이라는 것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시각이다.

서울 시내의 경우 등록된 학원만 1만3천여개인데 학원 감독ㆍ실태조사를 맡는 공무원은 11개 교육청에 2∼3명씩 있을 뿐이고 그나마 대부분 고액 수강료 실태조사 등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달해 정교한 위조 졸업증명서를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육안으로는 쉽게 식별이 되지 않아 학교측에 조회해 진위를 가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교육청에 채용통보가 된 학원강사들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학교 졸업증명서를 낸 4천여명만 조사했다.

다른 학교 졸업생을 사칭하거나 아예 통보가 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돼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