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부의 철학 부재가 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국내외 일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획기적인 규제 파괴 없이는 인천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65)은 12일 송도신도시 내 청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홍콩 싱가포르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트라이앵글 존'인 송도·영종·청라 지구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 올 들어 조금씩 가시화되고 주요 시설들이 속속 착공에 들어가는 등 활기를 띠고 있지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외국 자본 유치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 현실이라는 게 이 청장의 지적이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것과 함께 청와대에 경제자유구역 전담 비서관을 두고 외국 투자유치 창구를 단일화할 것을 제안했다.


-외자 유치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쟁국과 비교할 때 내세울 만한 투자 매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일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경쟁국보다 앞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국은 국가적인 전략과 비전이 없다.

경제자유구역이라고 허울만 내세웠지 제대로 된 세제 혜택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땅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식의 제안은 옛날 방식이다.

외국 기업들에 왜 반드시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실탄이 거의 없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에 투자하라고 요청하면 그 회사는 현재 어떤 기업이 들어와 있는지 되묻는다.

그런 다음엔 삼성전자 같은 한국 대기업도 못 들어오는 곳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를 반문한다.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등 차세대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차별 없이 일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일류 기업들도 세계와 싸워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해외로 가고 있는 실정 아닌가."

-외자 유치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부 관심이 적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청와대에 경제자유구역 전담 비서관을 두고 대통령께 직보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전담 사령탑이 꼭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에선 총리가 직접 진두 지휘하고 있다.

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해도 접촉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대외 투자유치 창구를 단일화하고 그 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유치가 필요한 업종은.

"IT 기반의 바이오 산업이다.

한국은 과거 제조업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때문에 그 분야에선 경쟁 상대가 안 된다.

차별화만이 살 길이다.

IT 기반의 바이오 산업은 한국이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할 분야다.

그 쪽 분야의 기업을 적극 유치해 나갈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바이오 산업에 예산을 집중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외자유치 프로젝트는.

"세계적 IT 기업인 I사와 H사가 한 달 안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수년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인데 거의 마무리 단계다.

경제자유구역 외자 유치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일류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다.

외자 유치도 잡화상은 환영하지 않는다.

세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소위 앵커(Anchor) 기업들을 끌어들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송도를 희망하는 국내 대학들이 많은데.

"학부 강의만 하는 캠퍼스 건설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연세대도 2단계에 걸쳐 55만평 규모의 부지를 요구했지만 1단계 28만평 정도만 허용할 생각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캠퍼스가 아니다.

그야말로 자유롭게 거래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창구다.

이공 계열이나 연구개발(R&D) 석·박사 과정이 아니라면 국내 대학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기 힘들 것이다.

현재 고려대 서강대 인하대 중앙대 등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보수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다만 중앙대의 경우 문화예술 활성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송도·영종·청라 지구의 개발 방향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홍콩과 같은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세 지구가 비슷한 것 같아도 자세히 뜯어 보면 다르다.

송도는 지식 정보를 강조한 국제 비즈니스 및 항만물류 중심지로,영종은 관광·레저 및 스포츠 중심지로,청라는 항공물류 중심지로 각각 개발하고 있다."

-영종도 등의 토지 보상이 주변 땅값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현재 투기를 막을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이중 삼중의 규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지속적인 공조 체제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주택법 개정으로 경제자유구역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자유구역은 공공 택지로 분류되지 않아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나 채권입찰제 적용에서 배제돼 왔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모든 주택 관련 규제를 고스란히 적용받게 된다.

규제를 없애야 할 판에 규제가 대폭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외국인들의 주택생활 환경 등을 고려해 경제자유구역은 예외를 둬야 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영종~청라지구 간 제3연륙교 개통 계획은 타당성 있나.

"제3연륙교를 건설하기 위해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적격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만으로는 향후 교통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제성이나 건설 시기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필요할 것 같다.

5월께 적격성 조사가 끝나면 민간 투자제안서 채택 여부를 가려 건설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인천=김인완 기자/조재길 기자 iykim@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 이 청장 약력 >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4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68년 제6회 행정고시 합격 △1975년 경제기획원 서기관 △1979년 국무총리 의전비서관 △1980년 기획원 경협총괄과장 △1986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장·경협국장 △1988년 대통령 경제비서관(1급) △1992년 재무부 차관보 △1994년 관세청장 △1995년 재정경제원 차관 △1996년 행정조정실장 △1997~98년 건설교통부 장관 △2000~2003년 세종대 교수·경영대학원장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