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기억나지 않는다" 수뢰혐의 부인

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킨 김흥주(58) 삼주산업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실장은 7일 서울 서부지법 형사 11부 장진훈 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1999년 비서실장으로 취임하기 전후부터 김씨를 알고 지내면서 김씨로부터 `형님'이라고 불리고 김씨를 `흥주야'라고 불렀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전 실장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4월까지 김씨에게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사무실 운영비 1억7천5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공직자 인사청탁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한 전 실장은 김씨를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몇 차례 만난 것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음식점, 호텔 등에서도 만났다고 말했다.

한 전 실장은 김씨가 사무실 운영비를 대납한 경위에 대해 "권노갑 선배가 분명히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이었고 후배들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일어났다"며 "그런 분위기에서 김흥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후에 김흥주가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실장은 김흥주씨에게 사무실을 마련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공직자 인사청탁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흥주씨는 이어진 공판에서 2000년 비서실장 공관에서 한 전 실장에게 이수일 (2005년 사망) 감사원 사무총장을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하는 등 공직자 인사청탁을 했다고 시인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사무실을 빌려주고 비용을 대준 것은 사실"이라며 "가까이 지내는 한광옥 실장이 박양수 의원을 통해 부탁해와서 승낙했고 공무원 청탁도 했는데 대가보다는 평소 친분 관계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2001년 김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시도를 도운 대가로 김씨로부터 2억3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중회(58)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금고대표에게 김씨를 소개한 것은 이근영 당시 금감원장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