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둘째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전(前) 대표가 동아제약 경영에 다시 참여하는 길이 열릴까.

일단 청신호는 켜졌다.

강씨 자신을 포함해 이사후보자로 추천한 10명에 대한 이사선임 주주제안이 이달 중순 열리는 동아제약 주주총회의 정식 의안으로 상정돼 논의되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동아제약이 거부한 강씨 측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판결을 지난 2월28일 내렸었다.

강씨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현재의 동아제약 지분구조를 보면 강씨 측이 강 회장 측을 압도하는 형국인 탓에 주총에서 표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유리한 상황이다.

동아제약 주식은 강 회장 측 6.94%, 강 대표 측 14.71%, 미래에셋자산운용 8.42%, 한미약품 6.27%, KB자산운용 4.78% 등이며, 나머지 58.88%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강씨는 "반드시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경영 복귀 의지가 확고하다.

하지만 뜻대로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우호지분을 많이 확보하긴 했지만,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과연 강씨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줄지는 불투명한 탓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미약품, KB자산운용 등 대주주들이 어떤 입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강씨의 앞날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주주가 지금까지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동아제약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며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총에서는 어떤 태도로 바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씨는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근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동아제약 측은 공개적으로 강씨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강씨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강씨가 과거 동아제약 대표시절 보여준 부실경영과 불법행위를 볼 때 강씨가 경영에 복귀하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까지 몰아세웠다.

나아가 "강씨의 경영참여는 다수의 주주 이익에 반할 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전임 경영자의 경영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부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의사결정"이라고 말하는 등 강씨에 대한 완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강씨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하버드대 MBA를 마친 뒤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2년 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동아제약 경영방향을 둘러싼 강 회장과의 노선 차이로 2004년 12월 말 갑자기 부회장으로 밀려나면서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았고, 2005년 3월에는 이사직에서도 물러났었다.

동아제약은 "강씨가 동아제약 사장으로 있으면서 회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회사의 공금 2억5천만원을 친인척의 주식 매입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지금까지 밝혀진 부당한 업무집행으로 인해 회사가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점들이 강씨에게는 커다란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동아제약을 이끌 당시의 경영실적이 형편없었다고 동아제약이 공개 비난하며 주주들에게 현명한 판단을 요구함으로써 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강씨 측은 주총 표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묘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동아제약의 미래 비전을 조만간 공개해 주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