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자금조달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출 증가에 따른 소요 자금을 예금보다는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채와 CD 발행을 통한 조달 비용은 예금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 은행으로선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이 조달한 1191조원(평균 잔액 기준) 가운데 예금 비중은 49.6%로 2005년(53.4%)보다 약 4%포인트 낮아졌다.

예금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미국(61%) 일본(64%) 영국(65%) 등 선진국 은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예금 비중이 낮아진 것은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 부족한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채와 CD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 규모는 183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조원(26.1%) 증가했으며 CD 발행도 67조1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25.8%) 늘어났다.

이에 반해 예금을 통한 조달 규모는 590조6000억원으로 17조7000억원(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은 은행채 CD 등 시장성 자금의 조달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은행의 안정적 영업 기반이 악화되고 조달 비용이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은행 예금의 평균 이자율은 연 2.8%이며 CD 발행 이자율은 연 4.4%,은행채 발행 이자율은 연 5.1% 수준이었다.

따라서 시장성 자금조달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의 조달 비용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장현기 금감원 팀장은 "특히 증권사 CMA 등 비(非)은행권의 고수익 단기상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은행의 요구불 예금 등 저원가성 핵심 예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낮은 수신 금리로 인해 예금을 증권사 등에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자가 0.1~0.2%에 불과한 보통 예금이 전체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161조1000억원)로 2005년의 14.4%(153조9000억원)보다 낮아졌다.

장 팀장은 "은행채 CD 등 시장성 자금 조달보다는 안정적인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금 조달의 건전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건전성 유치를 위해 보통 예금 등 핵심 예금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 은행의 대출 잔액은 879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6.9%(127조1000억원) 증가해 2005년도 증가세(8.4%)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전년 말 대비 45조9000억원(17.9%) 늘어나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계 대출도 주택담보 대출(27조원)을 중심으로 40조8000억원(13.5%) 증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