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대학은 최근 '시민지수'라는 것을 발표했다.

베이징 시민들의 에티켓 점수다.

길에 침 안 뱉기,새치기 안하고 줄서기,교통신호 준수 등 기초질서를 잘 지키느냐 여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올해 시민지수는 69.06으로 작년보다 3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선진국 수준인 72~78 사이에는 못 미친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사실 중국은 무질서하다.

수도인 베이징에서도 교통법규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운전자는 아무데서나 U턴을 하고,시민들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거리낌없이 길을 건넌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은 특이한 일도 아니다.

새치기 역시 다반사다.

서양언론들은 이런 중국의 모습을 아직 갈 길이 먼 비문명국으로 곧잘 묘사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올림픽이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초질서 지키는 것에 대해 부쩍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올해부터 시내에서 웃통을 벗은 채 활보하는 사람을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도로에는 함부로 차를 돌리거나 길을 건널 수 없도록 중앙 분리대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부분을 일부러 끄집어내서 시민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발표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초질서를 다잡기 위한 것일 게 분명하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결코 웃음거리로만 삼을 수는 없다.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는 중국에 질서라는 새로운 힘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계속되는 사정작업 역시 질서를 지켜나가려는 중국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사유재산의 보호를 담은 물권법의 제정이 추진되는 것도 법 위에 존재하는 관행과 관습이라는 애매한 '사회적 룰'을 없애는 작업이다.

법과 규칙보다는 관행과 인맥을 중시하는 현재의 풍토가 사라지고 '질서 있는 중국'이 된다면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강한 나라로 표출되지 않을까? 선진국보다 모자란다는 중국의 시민지수는 역설적으로 그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