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용 민간인력 800명 사망, 3천300명 부상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 고용 민간인력이 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통신은 미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이라크전 개전 이래 지난해 말까지 이라크에서 미군과 계약한 민간인 769명이 숨졌다고 24일 보도했다.

부상자 수도 3천3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 민간인의 죽음은 3천100명을 넘긴 미군 전사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아 결국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에서 실제 입고 있는 사상자 숫자를 숨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들 민간인 사망자 수를 포함시키면 이라크 미군 전사자 수는 25% 가량 늘어난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데보라 아반트 정치학 교수는 "3천명의 미군이 숨졌다면 우리가 보지 못한 1천명의 추가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군과 계약을 맺고 이라크에서 활약 중인 민간인력은 1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13만5천명)에 맞먹는 규모이다.

핼리버튼, 블랙워터 등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에 고용된 민간인력은 요리, 세탁에서부터 문서 번역, 정보 분석, 미군 호송차 보호, 보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때로는 미군이 수행하는 것과 같은 매우 위험한 임무에도 투입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민간인력 중에는 전직 미군, 외국인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때에도 민간인력이 광범위하게 사용됐지만 미군 역사에서 이처럼 많은 민간인이 실전에 투입된 전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군의 민간인력들도 미군들과 마찬가지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민간인력들도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에 무차별 노출되어 있다.

무장세력들이 미군과 민간인력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
지난달 바그다드에서는 블랙워터 직원 4명이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격추되면서 숨졌다.

2004년에는 미국인 기술자 2명과 영국인 기술자 1명이 납치된 뒤 참수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간인력이 임무를 수행하고 받는 돈은 연간 10만달러 정도. 트럭을 운전하거나 비숙련 임무를 투입되는 미군 신참 사병의 임금보다 최소 6배 많은 액수이다.

이러한 임금 격차 때문에 미군과 민간인력 사이에 적의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10일 전 미군과 이라크군이 바그다드에서 대대적인 무장세력 소탕작전에 돌입한 이후 400여명의 무장세력이 사살됐다고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24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