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나 인권과 관련된 글쓰기는 변호사한테 배우는 것이 제격 아닌가요."

소아마비를 딛고 사법고시를 통과한 임상철 변호사(41·임상철법률사무소)가 무료 논술강사로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직 변호사가 논술강사로 나선 경우는 처음이다.

현재 임 변호사는 강남구청 수능방송 등 무료강의를 하고 있으며 중·고등학생 대상 교육 사이트인 1318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푸른일삼일팔 논술강좌에도 참여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만간 서울시와 함께 장애인과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강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난해부터 논술강의를 시작했다"며 "경제적인 문제는 변호사 생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무료강의에만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논술강의를 시작하기 전 법조계에서도 '튀는 변호사'였다.

첫돌 무렵 앓기 시작한 소아마비 탓에 목발이 없이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3급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본인이 싫든 좋든 세간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돈'이 되지 않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관련 소송,장애인 무료 법률 상담 등을 도맡아 한다는 것 역시 '괴짜'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 졸업 후 경제학을 배우러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유학을 갔을 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은 일이 많았습니다.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배려해주는 문화가 독일인들의 머리 속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느겼죠.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무래도 독일에서의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논술강사로 변신한 것은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서비스 수준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대입제도가 복잡해지고 공교육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계층을 나누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전문가 출신 교육인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보다 특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논술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일례로 변호사의 경우 쟁점을 찾아내고 상대방의 논거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비판'에 약한 고등학생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송형석ㆍ사진=김정욱 기자 click@hankyung.com